ㅡ2019.7.18.목ㅡ
온종일 하루의 시간을 성산포 바다를 거닐며 바람을 온전하게 받아본 시간이었다.
해무가 걷히지 않는 오전 내내 성산일출봉은 숨어 있었고 성산포 바다는 엄청 성난 상태로 하얀 포말을 토해내는 시간이었다.
오락가락 성산일출봉의 초입으로 가서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스벅의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드센 바람을 느끼는 시간은 좋았다.
몸이 따스해지면 다시 바닷길을 걷고 해안가에 준비된 돌식탁에서 바다멍도 즐기고 이생진 시비 앞의 앙증맞은 나무 우체통을 들여다보았다.
오며 가며 스치는 사람들의 걸음 속에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하며 우도가 보이는 바다를 한참 쳐다보기도 하였다.
우렁찬 폭포와도 같은 느낌의 파도의 부딪힘을 느끼며 그동안 붕붕 떠다니며 나 잡아봐라 하며 도망 다니던 내 동화 속의 인물들이 제법 형상을 잡아가는 시간이었다.
한달살이의 중간을 훌쩍 넘었고 밤마다 성산포에 떠있는 고기잡이 배의 환한 불빛들과 이유 없는 외로움과 독백들이 드디어 자기의 모습대로 형상을 찾기에는 너무도 적합한 여유 있는 산책을 실컷 하였다.
3번 정도의 왕복 산책을 마치고 비가 오락가락 흩뿌리는 성산일출봉의 입구에서 아이스크림 몇 개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다시 바다를 내다보며 커피를 내려서 마시다가 제주 한달살이 중 가장 많은 시간의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성산포 바다의 어른과 아이가 만나서 삶의 교차점을 나누고 함께 꾸려가는 힘을 얻는 주제로 큰 플롯을 정한 동화를 꽤나 속도감 있게 정리해 둔 그날은 참으로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내 습작 노트의 한 귀퉁이를 머물며 살려내라고 아우성치던 동화는 다행히 생명력 있게 버텨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