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2019.7.21.일ㅡ
밤새 폭우는 그칠 생각을 안 했다.
성산에서 벗어나서 서귀포에 대기 상태 3일 차를 보낼 동안 운동화랑 우산은 무용지물로 우비와 크록스로 버티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무조건 엉또폭포를 가리라 마음먹고 계속 소식통에 신경을 쓰며 요이땅의 분위기였다.
엉또 폭포가 우렁차게 터진 건 사실이나 접근하는 위험성으로 통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제주 여행 중 남편과 엉또폭포가 궁금해서 가보았으나 웬만한 빗줄기는 콧방귀도 안 뀌는 엉또 폭포는 그저 바위덩이처럼 자리할 뿐 한 방울의 물기도 품지는 않은 모습만 보았다.
일단 21일은 비는 잦아드는 중이었고 높은 지형의 묵혀진 빗줄기가 쏟아지리라는 기대로 많은 인파들이 드릉거렸다.
7시 즈음 서귀포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하는데 기사분이 새벽에는 입구에서 통제해서 차량 출입이 안 되었다고 하는 정보를 주었다.
일단 걷더라도 근접 거리까지 갈 요량으로 도전을 했고 무언가 북적이는 인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능한 범주까지 택시로 접근 후 하차를 해서 무조건 전진했다.
통제가 풀린 지 얼마 안돼서 그나마 감당이 되는 인파에 묻혀서 엉또 폭포로 다가가니 우렁찬 소리에 이미 황홀했다.
타이밍이 굿인지라 데크 쪽 포토 스팟에는 10여 명 정도만 있으니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는 육지에 있는 남편에게 영상통화를 하였다.
남편은 자다가 일어났지만 연신 감탄을 하며 가문의 영광이라고 웃었다.
홀로족 누군가에게 서로 사진도 부탁하고 영상도 남겨두고는 데크 아래쪽으로 올라오는 까만 머리들에 놀랐다.
전날까지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비가 그쳤고 우렁찬 폭포 소리를 들으며 뽀송한 운동화로 걷자니 가슴 벅찬 무언가가 자꾸 차곡차곡 쟁여지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아수라장의 절정을 맛보았다.
걸어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인파와 뒤엉킨 차량들로 무조건 탈출각이었다.
엉또 폭포 입구 쪽 버스 타는 곳까지 많이 걸어왔지만 버스 배차도 엉망이었고 콜택시도 대기시간이 어마어마했다.
3일 동안 빗속에서 걷지 못한 한이라도 풀려고 작정한 듯 무조건 걷다 보니 거의 1시간 넘게 걸어 나왔다.
간신히 서귀포 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나와서 3일 만에 성산 한달살이 집에 도착한 태풍 대피 주간의 끝이 보였고 가문의 영광의 잔상이 깊게 남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