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2019.7.22. 월.ㅡ
이제 한달살이의 기울기가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 오고 있으니 냉장고 살림은 더 이상 늘리지
않아야 할 시간인 것이다.
무엇보다 맛나게 먹으며 만족감이 높았던 제주 밤호박 한 박스가 마무리 단계였다.
혹시라도 방심한 사이 버리게 될까 봐 걱정되어서 모조리 손질하였다.
더위의 최고치를 찍는다는 중복날이기에 무얼 하던지 지치고 습한 날씨였다.
역시 살짝 무른 것도 생겨서 그런 것부터 죽으로 만들어서 소분하였다.
그리고 손질된 밤호박도 쪄서 소분 후 냉동 보관해 두니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집안 곳곳을 정리하다 보니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여기저기 좌표를 찍다가 모슬포 쪽 탐방을 결정하였다.
쉬엄쉬엄 볼거리 많은 곳을 스치듯 가다가 모슬포항에 도착해서 가파도를 다녀올까 생각하였다
사실 가파도를 가고 싶다기보다는 멍하니 버스를 타며 제주 풍광을 구경하는 재미를 알아버린 것이었다.
성산일출봉 앞에서 제주 터미널로 나가서 그곳에서 모슬포항에 가는 시간은 꼬박 3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동선이었다.
가성비로 따진다면 비합리적인 동선이지만 그저 모슬포라는 곳의 정경을 누리며 그곳에서의 느낌을 안아보는 것이 주안점이기에 무작정 길을 나섰다.
가방에는 텀블러 커피와 생수 한 병뿐 가뿐한 떠남이었다.
모슬포항은 도착해 보니 강풍이 어마어마했고 10분 소요시간의 가파도를 다녀오려면 돌아오는 배를 운항할 수 없는 날씨라 가파도 1박을 할 요량으로 들어가야 될 상황이었다.
지난 3일 동안 태풍의 기습으로 예기치 않은 서귀포 3박을 겪은 터라 살짝 고민을 하다가 과감하게 승선은 포기하였다.
대신 모슬포항 주변을 거닐며 동네 주민인 것처럼 기웃거리다 중복의 더위에 밀면을 주문하였다.
식당 주인분은 홀로 여행 왔냐며 중복인데 고기 한점 먹어보라고 서비스로 내주셨다.
배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세상 거친 모슬포 파도를 멍하니 구경하다가 아담한 카페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긴 버스 여행으로 성산에 돌아오니 깜깜한 성산포에 고깃배의 불빛만이 반겨주었다.
그동안의 제주 여행과는 다른 동선과 느낌을 안게 되는 한달살이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쉬운 세 토막의 끝자락의 시간을 헤아려보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