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2019.7.23. 화ㅡ
전날의 모슬포 나들이로 피곤함이 남아서 여유 있게 기상을 한 후 단호박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서 성산일출봉 주차장까지 걸어가서 파리바게트 식빵을 사 왔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에 볼일을 본다는 건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한달살이 옷들을 정리해서 우체국 택배로 보내려고 우체국에 들러 택배 박스를 사 왔다.
휘릭 집으로 들어와서 무조건 휴식을 하며 단호박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였다.
성산에서 한달살이를 하며 어스름 일몰 시간이 다가오면 무작정 산책을 하는 루틴이 생겼다.
탁 트인 성산포 바닷길을 걷는 것도 힐링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네를 오가며 뒷길을 다니는 재미도 생겼다.
한적하고 으슥한 골목길들을 40분 넘게 걷다 보면 나타나는 오조리 포구가 주는 끈적함이 차츰 좋아졌다.
올레 2코스로 이어지는 식산봉에 오르다 보면 어둑해짐과 동시에 날벌레들이 날아들어서 속도감 있게 올라갔다가 휘릭 내려와야 되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성산일출봉과 달리 으슥하니 자꾸 뒤돌아보며 살짝 쫄게 만드는 적막함이 좋기도 하였다.
날은 무덥고 습한듯한 일몰 전의 시간은 정지된 느낌으로 남는다.
가끔 만나는 강아지 산책로들이 반가울 정도로 외로움도 안아보는 오조리 포구는 느낌이 늪 같은 곳이다.
그곳에 자그마한 벽돌로 된 장소가 있는데 오래전 불륜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이상윤 배우가 머문 작업실로 촬영되어서 흥미가 생겼다.
그 이후 최근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에서도 활용된 장소라 핫한 장소가 되었다.
암튼 2019년에는 쓸쓸한 주변의 정경과 주인공의 좌절된 사랑 이야기 등으로 찰떡 분위기의 쓸쓸함이 찐득찐득하게 배어 나온 장소였다.
그날 괜스레 기분마저 우울해져서 울컥 향수병처럼 외로워서 영상촬영으로 가족들에게 안부인사를 남겼다.
오조리 감상소에서 오조포구를 살피고 아주 천천히 식산봉에 올라서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멀리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저녁밥을 짓는지 나무 태우는 냄새가 스며드는 동네 뒷길을 어슬렁 걸어서 컹컹 엄청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에 움찔 놀라며 돌아온 기억이 선명하게 남았다.
계속 센치한 기분과 원초적 외로움도 좋아서 노트북을 열고 아무 말 대잔치로 끄적이던 밤도 그득한 충족을 준 기억이 떠오른다.
역시 그 끝의 대미는 성산포 까만 바닷가에 떠있는 고기잡이 배의 불빛을 마주하며 마신 막걸리 한통의 알싸함이 남는다.
어쩜 그리 밤새 지켜내는지 그 이후 그 불빛들을 빗대어 백개의 달이 떠있다는 드라마 속 대사가 딱 맞는 표현이었다.
성산 한달살이 중 축축한 정서는 바로 그곳 오조포구의 산책길에서 잔뜩 안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