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단쓰 41] 제주 6주살이의 포문이 열리다

by 리단쓰

ㅡ 2019년8월28일.수 ㅡ

2019년은 제주에 연이 닿는 해가 분명했다.

7월 한 달 동안 제주살이를 마치고 육지로 왔지만

마음이 붕 뜬 상태로 갤러리 속 제주의 추억이 아리게 그리운 나날이었다.

무엇보다 제주에서는 걷고 또 걷고 쏘다닌 기억으로 눈만 뜨면 어디든 나가서 걷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8월의 더위속에 훌쩍 바깥활동을 하기에는 버거웠고 그래서 시작된 운동이 아파트 계단 오르기였다.

눈만 뜨면 일단 현관문 밖으로 나가서 15층까지는 계단으로 일단 걷기로 오르고 내려올 때는 엘베를 타고 내려왔다.

특별히 정해둔 시간이나 반복 횟수도 없이 지치고 싫증 날 때까지 무한 반복하며 생각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7월 제주살이 때 잠시 인연을 맺은 제주학교 돌봄 교실 알바의 끈이 연결되었다.

돌봄 전담사 선생님 중 한 분의 연수로 6주간 돌봄 교실 근무를 제안해 주셨다.

원칙대로 서류를 보내고 합격했고 문제는 면접이었다.

강행군으로 도전하기로 하니 일사천리로 셋팅되었다.

2019년 8월 28일 1시 10분 비행기표를 구했고 면접은 28일 3시로 정해졌다.

머릿속으로 여러 번 동선을 그리며 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무사히 면접까지 마치고 나니 달랑 제주행 비행기표만 준비된 나의 시간들이 빼꼼 나를 지켜보았다.

셋팅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검색에 들어갔다.

면접이 합격이면 다음날 오전에 계약서까지 작성 후 9월 15일부터 6주간 근무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아무래도 육지 사람이라 교감선생님이 걱정이 많았고 나의 거처를 염려했으나 나는 오히려 태평해지는 마음이었다.

일단 서귀포에 사는 사촌 언니 집을 스팟으로 말씀드리고 우스개로 학교 부근 관사라도 주시면 좋겠다고 여유를 부렸다.

5시 즈음 면접 합격 연락을 받았으니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의 제주 입성 지론은 제주 신화의 '설문대할망'의 허락이 있어야 제주 땅을 밟게 된다는 이론에 바탕을 두는 우스운 가설이 늘 지배를 해왔다.

제주시내 관덕정 부근의 게스트 하우스에 침대 한 칸을 얻어 체크인하고서 제주에 와서 맛을 알게 된 미풍 해장국이라는 얼큰한 소스의 저녁을 누리며 미리 김포 공항에서 검색해 둔 공연 하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8월 28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었고 제주는 은근 문화 예술 공연의 혜택이 많은 곳이란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찜해둔 공연은 제주 아트센터라는 곳에서 하는 팝스 콘서트였다.

든든하게 해장국을 먹고 무조건 걷다가 공연시간이 임박하기 전 택시를 타고 도착하였다.

흔들리듯 뿌리는 존재하는 시간의 행복이 주는 충족을 가슴에 새기던 2019년 8월 28일의 기억은 내 시간의 큰 자양분이 틀림없었다.

바삐 돌아가는 시간과 상황 속에서 내 중심부를 꽉 잡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3박자의 조화를 느낀 날이었다.

'한 여름밤의 팝스 콘서트'라는 공연은 제주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을 알게 해 준 최고봉으로 기억된다.

노래도 따라 부르고 흥겨움에 어깨를 들썩이던 그날의 내 모습들이 지금의 내가 참 큰 힘을 안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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