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럽다. 아니 생각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무작정 시간을 견뎌야 할 때 잠시 좋은 생각이라며 혼자 현실과는 다른 상상을 누릴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상상을 즐기는 것 중에 한 가지는 로또 1등 당첨 프로젝트이다. 주로 긴 시간 전철을 탈 때 즐기는 상상놀이 중 하나인 것이다.
적당한 흔들림 속 앞사람을 바라보기도 머쓱하고 혹여 전날 피곤한 일정으로 잠이 부족할 때는 살포시 눈을 감고 즐거운 상상놀이를 즐긴다.
밀린 글감의 정렬이나 소소한 생각들의 정리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로또 1등 당첨은 최고의 상상놀이인 것이다. 일단은 두 딸은 사행심 조장일 수 있으니 당첨 사실을 알리는 건 보류하고 남편과는 한 팀으로 시작되는 놀이로 정해두었다.
우스개 소리로 로또 1등 당첨이 되어 농협은행 본점으로 수령을 하러 갈 때 조급해진 마음으로 들떠서 택시를 타게 되면 당첨 사실이 노출되니 위험하다는 낭설도 있기에 늘 상상은 안전한 수령부터 시작되곤 한다.
목적지를 서대문 경찰서로 말하고 심각한 얼굴로 도착 때까지 침묵을 지키면 택시기사도 승객이 우환이 생겼거니 여기고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한다는 가정을 상상해 두었다.
그리고 사부작 걸어서 농협은행 본점으로 가서 청원 경찰에게 로또 당첨금 수령하러 왔다고 하면 처리 창구로 안내를 받는다. 여러 가지 상품 설명 후 당첨금을 분산시켜서 통장에 잘 예치시키면 수령의 관문은 마무리되는 것이다. 차분하게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기 위해 서울시내 호텔에서 2박 정도를 누리며 릴랙스 속 다양한 안건을 정리하는 모습까지 완결체인 셈이다.
이것은 상상이면서 시뮬레이션의 과정이기도 하니 여러 번 되돌리는 즐거운 상상 속 장면이었다.
그리고 당첨금의 쓰임새를 기분 좋게 추론하는 과정들이 찐 상상의 재료 들인 것이다. 국내외 여행도 다양하게 꾸리고 문화사업도 펼치고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현실로 돌아와도 힘이 되는 반짝이는 상상들은 참으로 좋은 윤활제가 될 것이다. 우선 로또를 사야 되는데 늘 로또 없는 당첨 기분을 누리는 나는 알뜰한 현실주의자로 치부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