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단쓰 69] 엉또폭포와 돌고래

by 리단쓰

ㅡ 2023.8.24. 목 ㅡ

원래의 일정이라면 24일은 한남시험림이라는 한라산 둘레의 숲길을 탐방할 요량이었으나 국지성 호우 같은 폭우가 오락 가락 하니 취소문자가 왔다.

아쉬운 대로 마음을 추스르는데 역시 제주 날씨는 요물이었다.

조식이 핫한 숙소로 정한 이유만큼 확실한 보상을 받는 거한 아침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도민 맛집으로 숙박을 안 해도 조식 먹으러 가끔 간다는 제주 지인의 추천으로 정한 숙소였다.

24일 당일의 날씨는 너무도 맑음이었다.

하루의 동선을 대략 잡고 일단 거대한 절인 약천사를 가볼까 시작한 하루였다.

그런데 제주에 연일 내린 빗줄기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엉또 폭포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2019년 여름살이 때 역경 속에 만난 엉또 폭포의 감동을 알고 있기에 기회다 싶은 생각에 일단 동선을 바꾸었다.

남편은 늘 직관의 기분을 궁금해하던 터라 기회는 곧 찬스인 시점이었다.

엄청 빠른 소식통을 접하고 바로 방향을 틀어서인지 교통 혼잡 없이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엉또 폭포를 두 번째로 영접해 보는 영광을 안았다.

남편은 엄청 감탄과 감동을 하며 가문의 영광이라고 기뻐하였다.

무엇보다 늘 사진과 말로만 공유했던 느낌과 감동을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함께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여유 있게 누릴 틈도 없이 어찌 소식들을 들었는지 밀려드는 인파에 이미 멀미를 알던 터라 무조건 탈출을 민첩하게 하였다.

원래 가려던 코스대로 약천사를 가서 또 한 번 멋짐을 느껴보았다.

엄청난 규모의 약천사는 바닷길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비 오는 날씨 뒤의 제주의 맑음은 반짝이는 바닷가의 윤슬만 봐도 황홀한 순간이었다.

박수기정의 멋진 정경도 좋은 추억으로 담았고 강정 해안길까지 두루두루 마음에 담아왔다.

그동안 엉또 폭포 직관은 나의 자랑이었고 돌고래 직관은 남편의 자랑거리여서 서로 은근 각자의 뿌듯함으로 수다를 떨곤 했는데 이제 은근 기세가 남편의 경험치에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해안가 드라이브를 하며 이제 나도 돌고래 직관만 하면 되겠다며 스치듯 이야기하며 은근 기대를 하였다.

신기하게도 늘 기다리던 카페 부근의 해안가를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남편은 경험상 백퍼 돌고래 출몰 지점인 거라고 나만 얼른 내려주고 주차하고 돌아왔다.

사람들 틈을 헤집고 탄성소리 나는 곳을 보는데 심쿵을 경험했다.

돌고래 떼샷을 만난 것이었다.

직관의 황홀함에 사진도 영상도 남편한테 부탁하고 반짝이는 윤슬 속에 솟았다가 내려가는 검은 물체 돌고래를 영접하며 입틀막을 하였다.

돌고래 떼의 방향 따라 한참을 서성이다가 제주 시내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늘 하던 방식대로 제주 여행 마지막은 용담해변 바다멍으로 마무리하는 루틴이었다.

원래 예정은 레트카 반납 후 공항 부근에서 여유 있게 한라산 소주로 쫑파티를 하고 1박 하고 육지로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니 충족과 충만함이 가득해서 대만족이었다.

숙소를 정할까 하다가 제일 늦은 비행기를 예매하고 용담 해변 일몰을 즐기고 마무리하였다.

여름휴가 여행의 다양함은 꽉 채운 만남이었다.

삼양 해수욕장에서 파도 놀이를 즐기고 함덕에서는 새로운 장소와 식당들의 도장 깨기를 하고 함덕 무지개도 만나고 엉또 폭포와 돌고래의 만남까지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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