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단쓰 96] 제주에서 만난 경하와 인선

by 리단쓰

ㅡ2025.8.8. ㅡ

비 예보가 있는 제주로 어제 날아왔다.

제주 날씨는 무조건 예보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여러 번 겪었기에 일정 되는대로 큰딸과 무조건 온 것이다.


3월에 한달살이를 하고 한번 더 짬을 낸 큰딸이 제주에서 바다 보이는 카페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고 싶다길래 나는 바다 멍하고 책도 읽고 그렇게 보내고 싶다고 맞장구를 치고 함께 온 것이다.


리턴표 없는 제주행이기에 돌아갈 날은 내일일 수도 있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며 도착했다.


비가 엄청 올 것처럼 하더니 실상은 오락가락 정도였고 렌트 없이 카카오택시로 편하게 다니자며 계획을 짜고 보니 세상 편한 동선으로 회도 먹고 술 한잔도 부담 없이 나누고 해안가 카페도 누리며 잘 보내느라 책을 펼칠 시간도 없이 보냈다.


오늘의 숙소는 비 멍하기 좋은 중산간에 있는 난타호텔에 자리 잡았다. 주로 한라산 등반을 할 때 접근성이 좋아서 선택한 숙소인데 한적함이 마음을 끌었다.


그리고 선택한 책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제주에서 만난 책 속 주인공 경하와 인선이는 의미 있는 만남이 되고 있다.


한강 작가 전작 읽기의 끝으로 다가오는 시점이 되고 보니 작품 속 인물들도 친근한 느낌이고 한강작가의 작법 방식도 익숙해지는 편이다.


소년이 온다에서 보듬은 인물들이 존재하는 한 광주를 뛰어넘어 제주의 경하와 인선을 품을 수밖에 없는 숙명도 느껴진다.


일산의 도서관에서 올해 2월에 만난 작별하지 않는다 작품 속 경하와 인선은 왠지 서걱거리는 느낌으로 읽어 내려갔는데 8월에 다시 제주 안에서 만난 그들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8월에 정한 선정도서이니 한번 더 읽게 되었고 이번에는 제주이고 인선의 터전인 중산간 마을의 한켠이라는게 뭔가 의미부여를 얻게 되는 심정으로 읽어나간다.


인선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겪으며 광주의 아픔을 되새기고 제주의 그날로 통로를 얻어가는 것들이 충분히 납득이 되어간다.


이제 드디어 경하는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로 넘어가서 그날 4.3의 정령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오늘은 제주 바다가 아닌 한라산 자락인 중산간 숙소에서 경하와 인선이의 삶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묘미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 속 매개체인 '새 '라는 장치를 발견하며 얼마 전 읽은 한강 작가의 시집내용이 떠올라서 왠지 연계성을 찾은 듯 감동스러운 마음도 생겼다.

제목이 시 보다 긴 뜻밖의 시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이천오 년 오월 삼십일, 제주의 봄바다는,

햇빛이 반. 물고기 비늘 같은 바람은

소금기를 힘차게 내 몸에 끼얹으며,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


어린 새가 날아가는 걸 보았다.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제주의 숨결에서 울컥 이유 없는 설움을 느끼곤 할 때마다 놓칠 수 없는 4.3을 되새겨보리라!

매거진의 이전글[리단쓰 95] 두 도시를 누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