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있는 곳의 의미로 우리는 '다이소'라는 곳을 떠올리게 된다.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필요한 무언가가 생기면 인터넷 상품몰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지만 혹시 시간이 된다면 오프라인의 그곳 다이소를 가게 된다.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에도 방문하지만 그냥 시간이 애매하게 남거나 아주 작은 비용으로 소비 플렉스를 하고 싶을 때 나는 다이소를 어슬렁 거리게 된다. 막상 방문하게 되면 어찌나 필요한 물건들이 떠오르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지 소비요정이 마구 유혹을 하곤 한다. 그래서 다이소에 갈 때는 나름 적정선을 생각해 두고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오늘은 만원 플렉스 오늘은 이만 원 플렉스를 정하거나 오늘은 진짜 아이쇼핑의 날로 찜리스트만 채우는 날로 정해두고 다이소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펌을 위해 방문한 건물 지하에 다이소가 있어서 거의 어떤 규칙처럼 미용실 방문한 뒤 다이소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쁘게 손질한 머리를 찰랑거리며 바로 집으로 가는 것보다는 거리라도 잠시 활보를 하면서 콧바람을 누리는 재미도 그런대로 소소한 기쁨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다이소의 쇼핑은 크게 소비 상한선을 정해두지는 않았지만 어슬렁 돌아다니며 나의 필요에 부합되는 물건들을 담는 것으로 즐겼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바꾸고 싶어지는 싱크대 채반을 살피면서 정확한 사이즈를 체크 안 한 나의 무신경을 잠시 생각해 보지만 까짓 천 원짜리 하나를 집어드는데 너무 심각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일단 쇼핑바구니에 넣어둔다. 통일감 있는 정돈을 위해서 흰색 커튼류를 일단 쟁여둘까 싶은 생각에 거금 5천 원을 투자해서 커튼 한 장을 담는다. 욕실 앞 정돈을 위한 실리콘 튜브도 담고 대략 느낌으로 조리했던 삶은 달걀을 위해서 그리고 레시피 따라 요리할 필요가 생기는 음식을 위해서 타이머도 하나 챙겼다. 기존의 얼음틀이 정사각형의 얼음을 생산해 내는 것에 비해서 텀블러에 원활하게 넣어서 사용하기 편리하다며 적극 권장하던 여동생의 의견을 생각하며 직사각모양틀로 만들어지는 얼음틀도 하나 추가로 담았다. 수란을 전자레인지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간단 조리법의 수란조리기도 천 원에 하나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원리는 진짜 너무 조잡할 정도로 간단하고 허술한 모양새이지만 또 천 원이라는 금액에 넘어가서 용이하게 덥석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손톱정리용 도구도 사고 식기세척기를 없앤 후 수시로 하는 설거지로 필요하게 된 작은 싱크채반도 담아본다.
이것저것 담고 한 바퀴 돌다 보니 당장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나중에 얼마든지 와서 구매해도 될 것 같아서 흰색 커튼은 다시 제자리로 복귀시켰다. 자꾸 눈이 가고 집어오고 싶었던 조화의 여러 종류들을 과감하게 시선을 정리하고 셀프계산을 하였다. 바코드의 위치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으니 어찌나 오류가 나면서 삑삑거리는지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잘 넘기고 다이소의 여러 가지 플렉스 상품을 가지고 왔다.
대체로 잘 구매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고 이것저것 검증이 필요한 것은 시험 삼아해 봤다. 괜스레 수란도 한알 만들어 먹고 타이머도 잘 작동하는지 활용해 보고 손톱 각질 제거도 하였다. 구매한 것들을 잘 정리해 두고 휴식을 하면서 야심 차게 검증할 한 가지를 들고 앉았다. 바로 다리 마사지용 몽둥이였다. 물론 어깨사이 뭉친 근육도 마구 두들겨줄 수 있는 용도로 구매한 것인데 사실 처음 보는 모양새에 호기심이 생겨서 덥석 사게 되었다. 효자손 같은 모양인데 맨 끝의 마무리가 손모양이 아니고 둥그스름한 덩어리가 있는 모양새였다. 진짜 살집이 있는 곳을 두드려야지 뼈가 있는 곳을 잘못 터치하면 엄청난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압력이 상당하였다. 여기저기 두드리다 보니 나의 취약한 부분이 여실히 느껴졌다. 오른쪽 장딴지의 통증이 엄청나서 한 곳을 집중적으로 난타해 보니 은근 시원한 고통이 느껴지며 쾌감까지 함께 동반하는 기분이 묘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시간 정도 타닥거리며 두들기고는 우연히 장딴지를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폭행의 흔적처럼 오른쪽 장딴지에 붉은 피멍이 생겨서 처음에는 어디에 부딪힌 적이 있나 생각해 보다가 조금 전 내가 무진장 두드리던 그 지점인걸 알아채고는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무식한 행태가 그대로 나왔으니 누구 탓을 할까 싶었다.
그래도 심심풀이 땅콩처럼 재미지게 활용되는 다이소 몽둥이는 당분간 나의 애장품이 될 것 같아서 손이 닿기 편한 곳에 잘 넣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