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스케치도 해본 사람이다

by 리단쓰

2024.09.12.

# 인생 스케치


독서모임의 책을 예약하려고 도서관앱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보게 된 강좌가 관심을 끌었던 건 얼마 전 일이었다.


인생스케치라는 강좌로 그림과 인문학의 접목을 취지로 60세 이상 실버세대를 위한 문화사업의 하나였다.


강좌내용도 마음을 끌었고 자격요건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주 1회 목요일 오전강좌로 내 고정된 일정 중에 여유 있는 요일인 것도 딱 좋았다.


15명 정도 인원제한 중 끝자리로 무료강좌 예약을 성공했다.


준비물도 작은 스케치북과 색연필이니 부담이 없었다.


강좌등록을 한 후 두 번 정도의 안내 문자를 받으며 슬그머니 염려가 되는 부분이 떠올랐다.


기우라고 느낄 정도로 반복되는 문자는 꼰대라는 느낌으로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임관오라는 강사님이 예의를 중요시 여기는 꼰대느낌의 남성분이라는 생각도 가졌다.


고루한 느낌을 갖게 된 첫 느낌은 강좌 등록 대상의 연령층이 60세부터 90세까지라는 문구도 한몫을 하였다.


실버세대의 문화예술 강사로도 일하고 있는 큰딸의 경험에 비추어서 혼자서 여러 가지를 추론해 보게 되었다.


노쇼도 말자하고 지각도 하지 말고 수업 10분 전 도착을 강조하니 첫날의 다짐으로 여유 있게 수업장소인 대화도서관에 도착하였다.


수업장소로 가보고 나의 선입견에 혼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자상하고 따스한 느낌의 임관오 강사님은 여성분이셨고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생각보다 젊은 느낌이었다.


60대로 접어들어도 무언가 새롭게 알아간다는 기쁨으로 열심히 강의에 몰입하였다.


스치듯 들어본 '어반스케치'라는 영역이 인생스케치 강좌의 포인트라니 기대감이 상승되었다.


무언가 나의 시간을 기록하고 흔적을 남긴다는 부분에 늘 목말라하는 나의 성향에 부합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흥분도 되었다.


그림일기는 지난 시간을 회상해서 남기는 작업이라면 어반스케치는 바로 이 순간 현장에서 찾아내고 느끼는 걸 표현해서 남겨둔다는 점에서 엄청 매력적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2007년도부터 알려진 어반스케치는 저널리스트들의 활용도가 많았기에 결국 그림과 글이 접목되는 인문학적 영역이라는 것도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여러 가지로 어딘가 여행을 다니거나 일상의 멍 때리는 순간순간에도 그리고 노년의 시간 속에서 엄청나게 빛을 발하는 취미 생활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9월 한 달 동안의 강좌는 3번 구성될 예정으로 첫회는 그림책을 읽고 일상 스케치, 두 번째 강의는 좋아하는 시에 일상스케치,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강의는 좋은 글귀 힘이 되는 글귀에 일상스케치라는 강의 목록이 소개되었다.


3주 동안 파이팅이 솟아날 내용들에 기뻤다.


왠지 책놀이 수업에 접목시켜서 아이들과 진행해도 좋을 커리큘럼을 발견한 듯 반갑기도 하였다.


취미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수업이니 진행방식도 내용들도 전혀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강사님의 배려로 앞으로의 수업에 기대가 되었다.


첫날 수업 계획대로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짧은 동화를 읽고 자신의 관점으로 재조명해서 글을 지어보는 시간을 주었다.


자신이 쓴 짧은 글에 스케치를 하거나 순간의 느낌에 남는 그림을 스케치한 후 한줄평을 남기는 어반스케치의 영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묘하게 짜릿했다.


그래서 어반스케치는 완성 후 작업한 날짜와 자필사인을 기록으로 남긴다니 자기애증진의 취미생활인 것 같았다.


원작의 느낌대로 나는 3줄 정도의 짧은 글을 완성시켰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적고 수업 마무리 때는 간단한 나무그림 스케치로 그림까지 그려서 완성하였다.


우연하게 알게 되어서 등록하고 걱정과 달리 만족스러운 수업을 마무리한 촉촉한 우중 목요일이 싱그럽게 기억에 남겨지는 날이다.


2024.11.14.

# 수능일에 치른 스케치


매주 목요일은 힐링요일로 기억된다.

어반스케치 수업을 듣는 대화도서관을 가는 길은 가까운 듯 적당한 거리로 느껴지는 걷기 시간이다.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적당한 수업시간도 편안하게 느껴지고 강사님의 느슨한 수업 진행 방식도 여유를 주니 그야말로 힐링되는 취미 활동의 여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수업의 시작은 간단한 선긋기나 평면 메우기 같은 손 풀기 시간으로 시작된다.

매회 수업마다 한 장 정도의 사진을 제시해 주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스케치 기술을 직접 그리며 터득하는 수업방식이다.

강사님의 설명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대충대충 그리세요 라는 주문인데 그 기준이 참 어려운 것 같다.

마치 어머님들의 요리법 전수 중에 소금은 적당히 넣고 간장은 조금이면 되고 설탕은 약간이라는 식의 설명과 비슷한 소소한 곤란과 절망 같은 모호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현장 직강으로 화면에서 실시간 선생님의 스케치를 곁눈질로 보고 따라 하는 수업방식이니 집중하면 그런대로 한 장의 그림은 탄생하게 된다.

전체 설명 후 방법을 알려주고 각자의 작업을 일대일로 체크해 주시며 교실 한 바퀴를 돌면서 수강생들의 스케치를 조정도 해주시고 수정과 칭찬을 적절하게 전해주신다.

시간상 전체 설명 후 한 번씩 개별 체크를 하고 나면 수업시간은 끝이 나는 게 보통이기에 나는 개별확인 시간을 받고 나면 그때부터 신이 나서 힐링을 누린다.

색연필을 모두 펼쳐두고 괜스레 이색 저색을 덧칠하면서 혼자 화가 콘셉트로 똥폼을 누리게 된다.

오늘은 수능일에 맞게 우리도 시험시간을 가져보자며 A4용지 크기의 도화지를 주시며 작품 그리고 자신의 사인까지 남기는 시간을 제안하셨다.

원래는 각자 종합장에 편하게 슥슥 그려대는 시간인데 완성본을 친필 사인까지 남기고 집에 전시하라는 말에 잠시 교실에는 긴장감이 돈다.

그만큼 진지한 숨결을 고르고 바닷가 탁자 위의 책 3권과 커피잔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적당한 긴장감도 느끼며 성취감을 안아보니 좋은 경험이었다.

수업시간마다 빛의 방향에 따른 그림자를 잘 표현하라고 설명하시는데 정확한 이해나 실현은 쉽지는 않았다.

어반 스케치 수업이 좋은 이유는 돈벌이를 하는 화요일 수요일 다음날의 여유로운 목요일인 점이 편안함을 누리기에 딱이라는 해방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수업장소가 대화도서관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

대화도서관의 열람실 뷰는 그야말로 멍 때 리거나 글을 조금 끄적이거나 책을 읽기에 최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어반스케치 수업 후 열람실에서 손에 닿는 인연대로 책 몇 권을 집어 들고 창가 자리에서 뒤적거리며 가벼운 독서시간을 누리기도 하고 길게 읽어보고 싶은 책을 만나면 대출해서 가져가기도 하는 것이다.

어반스케치의 마지막 좋은 점은 무료이면서 연령상한선이 90세까지라는 점이다.

하한선은 60세이기에 최대치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장해 준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선다.

강사님의 격려도 늘 그런 점이다.

나이 들어서 혼자 조용히 누릴 수 있는 취미생활로 너무 좋은 것이 어반스케치라는 소소한 취미활동이라는 사실에 강조점을 두게 된다.

인생스케치의 소소한 시간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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