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원작읽기
서울 나간 김에 만난 영화는 권여선 작가 원작의 ' 안녕 주정뱅이'작품집에 있는 '봄밤'으로 만든 강미자 감독의 영화 '봄밤'이었다.
경기권 영화관 상영이 거의 없고 곧 막을 내릴 듯해서 영화 원작 읽기 '책과 영화사이' 모임의 8월 주제이지만 딱 좋게 영화를 보았다.
최근 권여선 작가의 필력에 빠진 남편이 더 기대하며 광화문에 있는 씨네 큐브 영화관에 갔는데 더운 날 오후 시간인지라 관객수도 헐렁했지만 거의 연령층이 있는듯한 나의 연배들이라 남편하고 키득거리며 우리 친구들이 많이 왔다고 웃었다.
권여선 작가와 강미자 작가의 연배가 60년대생의 연령이고 정서도 그 지점에 머무르는 듯 흐르니 젊은 층의 호기심이 아니라면 크게 와닿는 부분이 없을 것 같았고 주제 역시 알코올 중독으로 그리고 노동력 상실로 인한 삶의 밑바닥 치는 슬픔이 차오르는 내용이라 호불호가 나뉠 것 같았다.
원래는 영화 원작 읽기의 책을 먼저 접하고 영화를 보는 걸 루틴으로 잡아둔 터라 책을 읽지 않고 영화를 먼저 보는 것을 망설였지만 기회가 맞아서 영화를 보았고 진즉 책을 읽었던 남편은 그 내용을 영화로 어떻게 담았을까 무척 궁금해하였다.
나는 영화를 너무 감명 깊게 만났고 남편도 짧은 단편의 내용에서 어떤 진액을 뽑아서 1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채울까 의아했다며 포인트나 영상을 만족해하였다.
영화 속 주제가 알코올이며 우울이며 처절한 삶의 모습을 감당하는 영화이다 보니 여주인공의 알코올 중독의 면면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술 먹는 장면이 이골 날 정도로 스크린에 담기는 영화였다.
서로의 호칭은 영경과 수환인 두 주인공들의 감싸안는 일상은 흐릿한 희망으로 남겨질 때도 있었으리라!
깡소주를 마시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공감을 뛰어넘어 진심 술 한잔하고 싶다는 욕구가 목구멍을 간지럽혔다.
그러므로 집에 오자마자 남편과 집부근 단골 술집에 가서 우리는 깡술이 아닌 역시 안주 그득한 술을 마시며 인생의 좌절과 슬픔 극복 의지를 이야기했고 그 결말이, 해결책이 알코올 중독이 되어야만 할 건지의 문제에 대해 토론하며 알코올을 즐겼으니 우스웠다.
요란스럽지 않은데 처절스럽게 깡술을 마셔대고 그 와중에 봄밤에 자신을 업어서 귀가시켜준 관절염 불치병의 연인을 곁에서 함께 버텨주는 안쓰러운 연인들이라니 감상을 거두더라도 저릿하게 욱신거리게 아팠다.
뽀얗게 몽우리진 목련나무를 바라보며 처절하게 울어대는 여주인공의 절규가 호흡을 턱턱 막으며 내 안의 억울한 읍소들도 터질듯한 느낌으로 목울대가 잠시 아팠다.
그리고 휠체어로 몸을 의지한 채 술 먹으러 요양원을 외출한 채 잠시 이별하는 기괴한 연인들의 모습도 당황스럽고 측은도 하지만 몸을 못 가누는 영경을 부축하러 휠체어에서 기어 기어서 다가간 채 업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수환의 처절한 동작도 강렬했다.
수환역의 김설진 배우는 대단한 춤꾼답게 동작 하나하나가 춤사위로 표현되는 것도 압권이었다.
특히 주사 대신에 기절할 만큼 깡술을 마시고 머리를 박고 끝내는 술좌석의 처절함과 늘 절망 속에 읊조리는 시 한 구절의 그녀는 참 가엾고 안쓰러운 인생 좌절의 한편이라는 마음에 등줄기가 웅크려졌다.
특히 엔딩컷에 흘러나오는 김민기의 노래가 심금을 울렸다. 주인공이 읊조리는 김수영의 시 봄밤도~~
권여선 작가는 술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잘 꾸려낸다며 술 좋아하는 남편은 자주 이야기를 했었기에 어젯밤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나도 얼른 권여선 작가의 봄밤을 읽었다.
감독의 포인트 잡기와 절제미가 돋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컷트 컷트 되는 장면들이 많은 서사를 충분히 담아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여담으로 권여선 작가의 언니가 더욱 술꾼이라고 들어서인지 영화 마지막 장면에 언급된 분이 언니가 아닐까 추측되었고 우리들 삶 속의 술의 영향도 이야기하게 되었다.
참으로 의미가 남는 봄밤 영화를 무진장 더운 여름밤에 잘 새겨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