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미술관 ㅡ 경주

by 리단쓰

이번 경주 여행을 하며 동선의 최소화를 생각해서 일정을 꾸렸다. 그러다 보니 보문단지 내 위치한 '우양미술관'을 염두에 두었다.

우양 미술관은 힐튼호텔의 옆에 건립된 미술관이고 1991년부터 자리했던 선재 미술관이 시초가 된 곳이다. 우리나라 사립 미술관의 근간은 보통 재벌가의 자본으로 시작되기에 연혁은 알려진 대로 대우 김우중 회장 일가의 스토리로 엮어진다.


젊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아들 이름인 선재를 기려 엄마 정희자 여사가 설립했고 이후 선재 미술관은 정희자 여사의 호인 우양을 따서 우양미술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무튼 경주여행 중 동선이 맞았고 마침 비수도권 문화 지원금을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니 18000원의 입장료를 13000원에 관람할 타이밍이 최적화되어서 여행 마지막날 일정으로 결정되었다.


2025년 12월 현재, 우양미술관에서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과 영국의 풍경화 거장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이 진행 중이었다. 1층 백남준 전시실부터 둘러보며 초창기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만났던 생경함보다 좀 더 익숙한 정서로 감상할 수 있었다.


우양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월리엄 터너(J.M.W. Turner) 전시는 그의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최초의 원화 전시로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휘트워스 미술관과 협력하여 준비된 전시로 터너의 예술 세계를 아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터너가 자신의 예술적 성과를 집대성하여 출판한 판화 연작 71점 전체가 공개되었다. 휘트워스 미술관에서도 이 전작을 한꺼번에 내놓는 것은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희귀한 기회였다. 유화로 잘 알려진 터너이지만, 그는 판화를 단순한 복제 수단이 아닌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격상시키려 노력했다니 선과 명암, 여백을 통해 빛과 대기를 표현한 그의 실험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이번에 많이 전시되었다. 풍경화의 거장다운 수채화 명작 판화뿐만 아니라 터너 특유의 몽환적이고 찬란한 빛이 담긴 수채화와 유화 원화들도 함께 전시되었고 스위스 고트하르트 고개의 풍경등 자연의 경외감을 담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시 공간도 여유 있게 꾸려졌고 3가지 주제로 세션을 나누어서 전시되어 있어서 관람하기 수월한 동선이었다. 작품을 설명해 주는 오디오 서비스가 무료제공되어 작품 설명을 들으니 큰 도움이 되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았고 사진 촬영이 된다니 막내 사진도 여유 있게 찍어주며 2시간 동안 천천히 감상하였다.

마무리 공간에 체험공간이 잘 꾸려져 있어서 오래간만에 동심에 젖어 막내랑 미술놀이도 실컷 하였다.


2박 3일 동안 시간이 너무 잘 흘렀고 알차게 보냈으니 만족스러운 모녀 커플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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