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화가 김택화
함덕에서 2박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가능하면 동선을 단순화시키려는 마음에 함덕과 조천 주변의 일정을 꾸리며 서서히 공항 방면 이동을 생각했다. 함덕에 들어서며 눈에 띄는 김택화 미술관이 마음에 남았다.
여유 있게 들러볼 '김택화 미술관'으로 향했다. 입장료는 15000원인데 12월 말까지 이벤트로 5천 원 할인을 한다니 러키비키였다.
제주 출신의 화가이며 김환기 화가의 애제자로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제주로 귀향하여 풍경화에 매진한 화가였다. 소박한 건물 1층에 그림과 액자도 소박한 전시를 해둔 다소곳하고 담백한 미술관이었다.
그저 제주 사는 지인의 예술 공간에 초대된 듯 화려하거나 인위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편했다. 작품액자의 소박함에 기존의 미술관 분위기와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직접 발로 다니며 직접 제주의 동네 풍경을 그린 화가이기에 내가 보았고 알고 있는 풍경들도 무척 반가웠다. 한라산을 다양한 지역적 위치로 구도를 잡고 그린 것도 관심이 생기고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 애정으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의 풍광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의 섬세한 변화를 쫒아서 작품을 남긴 것을 보고 김택화 화가의 제주 사랑을 엿보았다.
어느 날 제주 동네를 거닐다가 만난 신흥해변의 장면을 화폭에 담은 그림은 생경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90년대 이후 급진적 개발로 바뀌는 신흥리 동네 주변을 안타까워하는 인터뷰를 보니 엄청난 변화를 깨닫기도 하였다.
전시회를 보고 나와서 일부러 커다란 팽나무 자리만 보전된 그림 속 지점을 살피니 변화가 실감되었다. 그러다 얼핏 얼마 전 티브이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기안 84가 제주에서 머물며 멋지다고 했던 곳이 바로 신흥포구라는 걸 떠올리며 신기해졌다. 화가의 시선을 끄는 지점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유분방한 세팅을 해둔 전시회를 보고 마지막에 만난 작품 6점 앞에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냐하면 김택화 화가는 60 중반에 말기 암으로 엄청 병마에 시달리며 죽음을 맞기 2일 전까지 작품을 그리며 고군분투하였다고 하였다. 죽음 앞에서 지켜내는 예술혼이 절절해졌다.
다행히도 김택화 화가는 병마로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다큐 프로그램에 기록을 남겨두어서 그의 예술적 지향과 생각을 알게 된 점이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한라산을 형상화로 그린 그림이 낯이 익어서 보니 제주에 오면 자주 즐겨 마시는 한라산 소주의 상표를 만든 화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시회를 보고 굿즈코너에서 기념품으로 한라산 로고 자석을 구매하고 남편은 산방산 그림엽서를 나는 법환 바다 풍경 엽서를 구매하였다.
여행은 스치듯 만나는 인연이 의미가 있고 그 안에서 충족되는 묘미가 새롭다는 걸 다시금 느껴본 좋은 시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