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산일출봉
어느 날부터인가 건너편 일순 할머니네 집에 막내딸과 손주가 와서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젊은 엄마는 작년 겨울 사고로 남편을 잃고 7살짜리 아들과 친정에 와있었다.
돈벌이를 위해서 우도로 식당일을 하러
떠났다는 소식을 경숙 언니에게 전해 듣고는
건너편 집의 움직임이 자꾸 신경 쓰였다.
아침마다 마당에 물을 주러 나가면 건너편 일순 할머니는 열심히 화단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손주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너무나 멍한 자세로 할머니의 움직임만 바라보다 사라지곤 하였다.
아빠를 잃고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7살 아이가 괜스레 짠해졌지만 남의 아픔에 관여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 현숙은 그저 묵묵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앞집 꼬마와 자꾸 동선이 겹쳤다.
서로 말을 나누진 않지만, 같이 동네 골목길도 걷게 되고, 이생진 시비 앞 돌식탁에서도
마주치곤 하였다.
무엇보다 바닷길을 걷다가 성산 일출봉을
오르기 위해서 입구로 들어설 땐 7살 아이는 한참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서 집으로 가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바닷가 산책은 할머니가 허락을 해도 어린아이 혼자서 성산 일출봉까지 갔다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의 2주 정도를 자주 마주치다 보니
어떤 날은 아는 체를 할 뻔한 날도 있었다.
오며 가며 알게 된 사실은 7살 아이의 이름은 진환이라는 것이다.
진환이는 성산포 바다를 걷는 걸 무척 좋아하고, 늘 우도를 바라보며 혼자서 많은 말을 하다가, 몰래 눈물을 닦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돌식탁에 앉아서 성산 일출봉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다 힘없이 집으로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현숙은 어느 날 경숙 언니네 집 마당에서
화단에 물을 주다가 진환이가 혼자서 화단에 물을 주며 엄청 신나 있는 모습을 보았다.
현숙은 자기도 모르게 혼자 함박웃음이 지어졌고 현숙과 눈이 마주치자 진환이도 같이 웃었다.
그날은 현숙과 진환이 골목길을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눈 날이기도 하였다.
“안녕 나는 현숙이 이모라고 하는데 너는?”
“저는 김진환이고요 7살입니다”
역시 아이들은 이름과 성을 같이 붙여서 말하고 나이도 포함이었다.
현숙은 그날 진환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일부러 성산일출봉 이야기를 꺼내면서 진환이의 마음을 건드렸다.
“저는 성산포 바다도 좋고요 이생진 할아버지 시도 다 외워요. 저기 돌 식탁에 앉아서 책도 읽고요,
근데 성산 일출봉은 한 번도 못 가봤어요”
옳다구나! 생각한 현숙은 이모가 같이 가면 할머니가 허락할 거라고 말하면서, 다음날 성산 일출봉에 함께 다녀오기로 하였다.
7살이지만
진환이는 제법 단단한 다리를 뽐내며 가파른 성산 일출봉의 꼭대기까지 잘 따라와 주었다.
“현숙이 이모 높은데 오면 막 소리치고 싶고 소화가 잘되는 기분인데요?”
진환이는 그날 기분이 좋아서인지 처음으로 현숙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불러주었다.
그날 이후로 둘은 진환이와 현숙 이모로 서롤 부르며 많은 이야기를 하는 친구가 되었다.
성산 일출봉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볼 수 있는 바닷가로 광치기해변이 좋다고 현숙은 설명해 주었다.
진환이는 당연한 듯 외할머니에게 허락받고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요구도 하였다.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보는 성산 일출봉 앞에서 진환이는 엄청난 철학가가 되어 어떻게 같은 곳인데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지냐며 신기해하였다.
현숙은 진환이가 알아듣는 것과 상관없이 세상일은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냐에 따라서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