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품은 이야기 6

#4 우도를 만나다

by 리단쓰


제주에서 지내다 보니 일출이 예쁠 것 같은 조짐을 현숙은 느낌으로 알아채게 되었다.

5시도 안 되었지만 성산포 바다 위의 구름이 없이 맑아지는 느낌에, 산책을 일찍 시작했다.

성산포 일출까지 만나고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다.

조심스레 흰색 대문을 열고 골목길로 나서는 순간, 건너편 진환이네 초록 대문도 삐걱 열렸다.

진환이가 새벽부터 이생진 시비를 차지하려고 서두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얼핏 보니 어른의 뒷모습이었다.

진환이네 민박 손님이 현숙처럼 일출을 보려고 집을 나서는구나 생각했다.

현숙의 예상대로 돌 식탁이 있는 자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출 동행자를 조용히

뒤따라가며 산책을 하였다.

이생진 시가 적혀있는 돌비석을 읽으면서,

일출을 보기 위해 나무 우체통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현숙은 흠칫 놀랐다.

그 손님이 분명 우체통 안에 쪽지를 넣고 있었다.

진환이의 말로는 진환이 엄마는 우도에서 식당일을 해서 바쁘기에 진환이를 만나러 못 온다고 하였다.

그래도 엄마가 가끔, 이생진 시비가 있는 나뭇가지 우체통에 분홍색 편지를 두고 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이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진환이 엄마는 우도에서 성산포 진환이 할머니댁으로 와서 잠자는 진환이를 보고, 다시 첫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가며 이곳에 분홍색 편지를 남겨두고 가는 것이었다.

한참을 먼바다를 보다가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돌아서는 진환이 엄마는 깜짝 놀라며 주춤했지만, 현숙은 친근한 사람을 만난 듯 가볍게 미소로 인사를 했다.

“혹시 진환이 엄마세요?”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는 현숙을 멍하니 보다 진환이 엄마는 금세 표정이 바뀌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어머나 혹시 현숙 이모일까요?”

역시 진환이는 엄마랑 전화 통화 하면서 바닷가 산책 친구라며 현숙 이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두었다는 걸 알았다.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진환이에게 따스하게 대해주는 어른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진환이가 현숙이모를 알게 된 후 많이 안정이 되었어요.”

현숙과 진환엄마는 뜨거운 해가 솟아오르는 성산포 앞바다를 보며, 돌 식탁에 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도로 돌아가는 날이면 늘 진환이가 많이

울며 떼를 쓰는 일이 많았다고 속상해했다.

진환이가 깨기 전에 새벽 일찍 집을 나서서, 성산 앞바다를 산책하다가 성산항까지 걸어간다는 이야기를 하며, 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환 어머니, 저도 조만간 우도를 가보고 싶은데요 혹시 제가 우도 갈 때 진환이를 데려가면 어떨까요? 제가 같이하고 싶은 게 있어서 진환이랑 여행 삼아 가고 싶거든요”

우도에서 탈 수 있는 미니 자동차를

타고 싶은 건 현숙과 진환이의 공통된

바람이라며 진환엄마에게 양해를 구했다.

진환이가 절대로 떼쓰지 않게 잘 설명하고 하루 나들이를 가겠다니,

다행히 진환엄마도 진심으로 좋아라 해주었다.

더구나 현숙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환엄마가 성산포 토박이답게 구석구석 길을 잘 알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진환엄마 덕에 바닷길을 따라서 올레길을 걸으니 성산항에 갈 수 있는 길도 배워두었다.

앞 골목길에서 한참 걸어 나가 버스를 타고 가는 성산항만 알고 있었는데

성산포를 빙 둘러서 성산항까지 갈 수 있는 길은 신기했다.

성산항 입구에서 진환엄마와 헤어지고, 현숙은 신기한 개척지를 발견한 듯, 신이 난 발걸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진환이가 얼마나 좋아할까를 생각하니 현숙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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