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한 자락을 들추다

by 리단쓰

자료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클리어 파일이 기억 하나를 소환한다. 사자성어 (四字成語)가 A4용지에 하나씩 정리된 파일을 보며 방과 후 수업 교재인가 싶다가 초등 수준의 사자성어가 아니어서 가만 살펴보니 기억이 났다.

10년도 지난 일인데 막내딸과 함께 고군분투하던 시간이 떠오른 것이었다. 초등학교부터 예술적 영역은 모두 관심을 두고 경험을 하던 막내가 중2 시절 진지하게 문예창작을 고민하며 영화전공으로 예고진학을 원하였다.


글쓰기로 예고를 진학이라니 준비과정이 막연했고 지원방향도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방향을 정했으니 추진하기로 이야기를 하고 입시경향이나 출제경향을 살펴보느라 분주해졌다.


이미 큰딸은 K예고 성악과에 진학한 상태이기에 예고의 장단점은 파악되었고 시험 출제도 파악은 해두었다. 지리적으로 G예고가 가깝지만 준비과정부터 입학 후 경제적 지원이 많이 요구되니 고민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공립예고로 인문계와 비슷한 교육비가 드는 K예고로 방향을 잡았다. 실기보다 성적 비율이 높으니 그래도 늦은 실기 준비에 성적은 유지된 막내에게 적합한 전략이었다.


실기 준비도 독학으로 준비하기로 하고 준비한 파일이 바로 노란 파일이었다. 틈나는 대로 사자성어 뜻과 부합되는 글쓰기를 부단히 연습하며 학원도 안 가고 두려운 입시준비를 하던 막내의 그 시절이 아련해진다.

사자성어와 속담 영역을 아우르며 글쓰기 연습도 하고 면접대비 가상 연습도 꾸준히 했다.


다행히도 실기 시험은 속담이 제시되었고 '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라는 글쓰기를 잘 마치고 면접도 통과해서 합격했으니 언니와 고교 동문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 나는 지난 시간 육아나 두 딸의 고군분투 시절에 머무르며 혼자 회상의 순간에 머무른다. 가슴팍 살을 후벼 파는 후회나 아픔은 없더라도 묘한 아련한 측은지심이 피어난다.


가끔 기특한 두 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 그건 부모님이 잘 키워준 덕분에 잘 자랐다고 말해주니 보이지 않게 가슴이 일렁이고 눈가에 힘이 들어가고 울컥한다.


그리움이 둥둥 떠다니는 엄마 부재의 시간 속에 문득 침잠되다가도 자꾸 파닥이는 삶의 역동성을 잘 살피며

나의 60대 지금의 시간이 잘 영글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때 그러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