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 센터 체험기

by 리단쓰

육십대로 접어들기 전이니 2023년 가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 지역 맘카페에서 체험 이벤트로 무료 심리상담 후 후기를 남기는 활동을 보면서 심리검사받아본지가 언제이던가? 난 지금 어떤 상태인가? 나의 60대는 어떻게 흘러갈까 궁금해지며 일산지역 심리센터 이벤트 응모 했다가 당첨된 추억 속 나의 모습을 남겨둔다.


내가 원해서 응했건만 왠지 슬슬 갈등이 생기며 괜스레 나를 들여다보는 일에 망설이는 마음이 컸고 심리 상담 센터에서 카톡과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은 설문지를 체크하며 노안으로 노트북 들여다보고 스크롤 내리고 클릭하고 슬슬 후회의 기울기로 넘어가기도 했다. 생각보다 어마 무시한 체크리스트는 꽤 많은 분량이었다.

텍스트 작성 안 되는 파일 한 가지는 프린트해서

수기로 작성 후 스캔으로 저장해서 이메일로 보내고 빠진 설문지 한 가지 추가로 보내고 50 후반의 모습이랑 닮은 듯 부산스럽고 두서가 없어 보였다.


여유 있게 상담받으려 토요일 10시로 예약 후 심리 상담 센터로 들어서는데 괜스레 두근거리는 것이 내 허점을 드러내는 듯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살짝 긴장 속에서 대기하니 상담 선생님께서 직접 나와서 상담실로 안내되었다. 병원 진료받듯이 이름 부르고 몇 번 방 들어오세요를 생각했던 나는 무엇인가?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담한 상담실에 앉아서 미리 제출한 나의 심리검사지를 촤륵 펼쳐둔 책상을 보니 반갑? 아니고 쑥스러움이 생겼다.


전체 결과표는 그래프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니 자신을 알아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질문지 작성하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는 없어 보여서 상담을 무얼 하나 싶었고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함? 불안정한 경제적 미래모습 들로 퉁쳐서 안고 갔는데 깊은 내면 살피기에서 체크 리스트가 부부의 상호 작용에 대해 짚어주니 흥미로워서 집중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20대 연애시절부터 결혼 30년 차의 시간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두 번 정도 울컥해져서 눈물을 보여서 스스로 의아하고 민망했지만 나를 객관화하는 시간이 너무 좋고 소중해졌다.


심리상담센터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 자신도 알고 있거나 평소 가까운 주변인들의 지적으로 알았던 내 모습의 면면이 드러나서 전문가 선생님의 진단과 설명으로 끄덕이며 수긍이 되었다.


이벤트 후기를 작성하는 미션이 아니어도 상담 후 새삼 나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을 보냈던 것도 긍정적 효과였고 심리 상담은 현재 드러난 문제도 필요하지만 건강검진받듯이 미리미리 체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더 들었다. 사실 명품백 사려고 벼르듯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비용을 투자해 보는 것도 현명한 세상살이 아닐까 싶었다.


지금의 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저 멀리 아가 때부터 유아기등 부모님과의 상호작용과 형제간의 부대낌 속 나는 알게 모르게 숨겨진 상처도 있고 잘 견디어낸 모습도 남겨지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깨달음이 가장 중요했다. 60대의 길목에서 두 딸도 제 몫의 자리매김을 해주고 독립된 형상으로 남아 있었다. 내가 노후를 고민하며 밀접한 연결고리를 갖는 사람이 남편의 비중이 커 보여서 그 부분의 해석을 선생님과 많이 대화를 했다. 나의 삶의 태도나 관계형성이 분출보다는 회피 성향을 확실하게 인지한 시점이 그날이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회피 성향의 태도에서 표현하는 태도로 넘어가려면 시간을 두고 설명도 하고 기다려주고 조율이 필요한 많은 과제들을 더 늦기 전 시도해 보는 것으로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해 주니 감사했다. 상담 마무리에서 선생님이 50 후반까지 성실하게 삶을 이끈 나 자신에게 양팔을 감싸면서 스스로 토닥이며 참 잘했고 애썼다는 멘트를 하라 해서 웃으면서 토닥했다.


아뿔싸! 어린 시절의 내 모습부터 갑자기 필름이 돌아가며 울컥 정도를 지나서 대성통곡을 했다. 너무 당황해서 울음을 추스르며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요 흑흑"


요즘도 그때를 가끔 생각해 보니 그 모습의 내가 너무 나다워서 측은했다. 괜스레 자의식으로 나를 편히 못 대해준 나를 이제는 많이 보살피며 늙어가려고 한다. 진짜 애썼고 많이 사랑해 주자고 다짐해 본다.


그 해 가을날 묵상할 기회를 담고 100세 시대 대비 마음 정비에 관심을 쏟은 시간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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