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Mend the Living)는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이라 알려진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소설이다. 표지에 드러난 빌 게이츠 추천 도서, 전 세계 30여 개국 번역 출간, 다수의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문구가 눈에 들어온 책이다.
읽을까 말까 찜해둔 책이었는데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모여서 낭독하는 일정을 꾸린다니 쉽게 접하게 되었다. 7명이 나누어서 읽으니 진도도 잘 나가고 혼자보다 읽기 추진력이 좋았다.
작품 한 권에 뇌사 판정을 받은 한 청년의 심장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기까지의 24시간을 다룬 강렬하고 세밀한 기록으로 꾸린 작품이다.
일단 책 표지 디자인을 보면 주인공 청년이 즐겼던 '서핑(파도)'과 그의 '심장 박동'을 연결하여 리듬을 표시하며 생명의 역동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설명이 오래 기억되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자가 되고 이후 장기 기증의 절차를 거치는 내용인데 단순히 의학적인 과정을 넘어,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과 고뇌, 의료진의 사명감, 수혜자의 기다림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팽팽함이 긴장 속 독서를 하게 되었다.
정교한 문체의 전개 속에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듯한 묘사가 압권이었다. 신체 기관의 움직임과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아주 긴 문장으로 써 내려가니 따라가며 읽는 호흡도 버거웠다.
뇌사자의 장기 이식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삶이 끝나는 순간(뇌사)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장기 이식)이 교차하는 지점이 정교하게 느껴졌다. 심장이 뛰고 있지만 뇌가 멈춘 상태를 완전한 죽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명제가 마음을 흔들며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마침 요즘 읽고 있는 다른 책의 내용과 겹치며 과연 죽음의 정의는 뇌사도 포함되는지 자꾸 죽음을 묵상하다 보니 책 제목을 혼동해서 발음하게 된다. '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인데 자꾸 죽은 자를 수선하기로 읽고 적으며 내 의식 밑바닥에 주인공을 살리고 싶은 건가 의아해지기도 하였다.
장기 이식의 제반과정이 보이는데 기증자의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권유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던져주었다. 연명치료 포기와 장기 기증을 늘 염두에 두면서 이번 소설이 주는 리얼리티가 크게 와닿았다.
이 작품이 연극무대에도 올려지고 그 긴박한 상황을 1인극으로 여러 명의 캐릭터를 표현한다니 궁금해서 체크는 해두었는데 솔직히 숨 막히는 긴장이 염려돼서 낭독팀의 지인이 관람한다는데 아직 망설이고 있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주는 긍정적 의미가 찡한 것은 수선한다는 건 개선의 방향으로 좋은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장기 이식을 어쩜 그리 멋지게 표현한 건지 감탄스럽다.
이번에 독서를 하며 잘 죽기 위해서 잘 살고 싶다는 나의 지침을 한번 더 되새기는 시간을 담았다. 60대가 정의해 보는 죽음에 대한 시각도 한번 더 정리가 되고 차분하게 다짐하는 시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