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아들

by 리단쓰

데니스 존슨의 <예수의 아들>을 읽게 된 계기는 데니스 존슨의 후기 작품인 <기차의 꿈> 독서 모임에서 알게 되어서였다. 같은 작가의 작품도 궁금해져서 바로 책을 빌리고 읽게 되었다.

연관된 독서로 만났으니 자꾸 두 가지 작품을 비교하며 살피기도 하였다. 이 책은 1992년 발표된 이후 미국 문단에 거대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라는데 약물 중독과 방황, 폭력과 환각 속에 사는 '루저'들의 삶을 다루지만, 그 비참함 속에서 다른 시각을 구현하려는 작가의 의도 때문인지 아리송한 느낌과 독특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독특한 주제와 기법의 <예수의 아들>을 읽으며 집중이 안되고 당황스러운 지점을 만나며 <기차의 꿈>과 결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 심지어 책의 구성조차 제목을 먼저 제시하며 내용과 연결시키던 독서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라서 제목 없이 훅 내용을 던져주고 제목이 맨 뒤에 제시되어서 새로웠다. 더구나 단편들 사이마다 구분되는 속지의 디자인이 묘한 환각을 주는 듯 복잡한 문양으로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작품들마다 간결한 전개방식인 듯 툭툭 던지는 문체에서 내용을 연결시키는 수고로움이 있었고 작품 속 인물들의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거의 마약과 문란한 성관계 비도덕적인 행동이나 폭력이 묘사되는 내용이 충격으로 느껴지는 독서가 계속된다.

히치하이킹 도중에 일어난 사고는 소설의 강렬한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비 오는 날 사고 현장에서 겪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다루고 두 남자가 만나는 파괴적이고 위태로운 인물들과의 관계를 그리며 놀라게 한다. 응급실이라는 작품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기괴하고도 슬픈 사건들을 통해 생과 사의 경계를 알려준다. 더럽혀진 결혼에서는 망가진 관계와 중독의 굴레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은 요양원에서 갱생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데니스 존슨이 지향하는 문학이 더티 리얼리즘으로 밑바닥 인생을 버텨내는 삶을 표출하는 작가라고 알려졌지만 이 작품은 환각적 리얼리즘으로 불리며 마약에 취한 듯한 몽롱한 시점과 날카로운 현실 묘사가 결합되어 독특한 경험에 빠지게 되었다.

밑바닥 인생들을 다루지만, 작가는 그들을 심판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인간적인 연결의 순간을 포착해 내어 드러낸다.


데니스 존슨의 두 걸작, <예수의 아들(Jesus' Son)> 과 <기차의 꿈(Train Dreams)> 은 같은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이 매우 다른 게 확실하였다. 하나는 약물과 방황으로 얼룩진 모습을 표현하고 , 다른 하나는 사라져 가는 서부의 황야를 배경으로 한 고독한 서사시를 그려낸 것이었다.


소외된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게 되는 독서였기에 무거웠고 생각을 곱씹게 되었다.


주인공들은 늘 약물에 절어있고 막무가내의 삶 속에서도 끈질기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버텨내는 치열함을 알게 해 준다.


데니스 존슨은 <예수의 아들>을 통해 현대인의 부서진 영혼을 위로했고, 만년에 쓴 <기차의 꿈>을 통해 사라져 가는 미국의 옛 풍경과 한 인간의 고결한 고독에 경의를 표했다는 분석에 공감백배의 심정이었다.

두 책은 결국 아무리 보잘것없는 인생이라도 그 안에는 거대한 우주와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는 하나의 주제로 귀결된다고 생각되었다.


데니스 존슨의 <예수의 아들> 은 한마디로 '시궁창에서 발견한 다이아몬드' 같은 소설이라는 비유를 보면서 엄청 찐하게 충격이 남기도 하였다.


이 책이 단순히 약물 중독자의 방황을 그린 자극적인 이야기에 그쳤다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갸우뚱거리며 읽으면서 이 책이 문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소설의 목차를 보면, 소설의 전개에 따라 주인공이 약물중독의 굴레에서 파괴의 궤도를 뚫고 회복으로, 고립에서 연결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더티 리얼리즘의 모토대로 보잘것없는 삶 속에서도 한가닥 희망과 아름다움을 장착해 내는 삶의 진실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책을 읽으며 혼란스럽지만 매우 즉각적인 체험을 하게 되면서 구현하려는 게 무얼까 고민도 하면서 독자로서 주인공이 겪는 현실들을 함께 들여다본 독서였다. 실상 깊은 공감이나 완벽한 이해를 이루지는 못한 독서였지만 문학적 성과의 단면으로 이해하며 정리하였다. 한 작가의 다양한 시각을 살피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였다.

<예수의 아들>이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를 새겨보며 삶의 다양성을 놓치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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