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안부

by 리단쓰

백수린 작가의 소설 '눈부신 안부'는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에 가스 폭발 사고로 언니를 잃은 주인공 해미가 어린 시절 독일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서사로 그려진다. 1994년 겨울, 서울 한복판에서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언니가 죽고 나서 해미네 가족은 해체 위기에 놓여서 결국 이산가족의 형태로 아빠만 한국에 남고 마음의 문을 닫은 엄마, 어린 여동생 해나와 독일 G시로 이주해 파독 (파견 독일) 간호사들을 이웃으로 지내게 된다. 갑자기 장녀가 된 해나는 그때부터 슬픔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건 타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감정을 숨기는 방식이 되었다. 자신의 감정을 돌보는 데에 소홀해하며 다른 가족이나 타인의 슬픔을 들여다보며 성장해 간다. 독일 G시에서 만난 선자 이모를 비롯한 파독 간호사출신 이모들과 또래인 한수와 레나와의 교류를 하며 조금씩 다른 감정들을 배우면서 타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사람의 감정을 살피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 중심축에 어색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친구 레나와 한수 그리고 시한부 삶을 견디는 한수엄마인 선자이모와의 감정들이 어우러지며 사건들이 전개된다. 한수에게 느끼는 새로운 감정과 더불어 한수가 견뎌내는 엄마의 죽음의 그림자에 도움을 주고자 독일에서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선자이모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프로젝트를 안게 된다. 오로지 지난 시간의 일기장을 탐문하며 레나와 한수 해미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되었다. 어린아이들이 관여하기에는 버거운 문제이고 피상적인 문제 접근으로 어설퍼 보이기도 한 첫사랑 찾기 작전은 해미의 귀국으로 흐지부지되는 듯하였다.

독일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상실의 아픔을 딛고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이어가지만 감정을 다루는데 여전히 버거워하며 어긋나는 관계를 힘겨워한다. 작품의 배경도 독일의 낯선 풍경과 한국의 정서가 어우러져 진행되어서 공간적인 입체감도 느낄 수 있었다.

스산하게 떠나간 곳에서 서서히 따스함을 얻는 중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해미의 성장통을 자연스럽게 배치해 두었다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었다. 언니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 해미가 안게 되는 상실도 어쩌지 못한 채 성인이 된 해미는 사람 간의 관계 맺기가 그다지 매끄럽지도 수월하지도 않은 채 친구 우재와의 감정선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그러는 중에 새롭게 점화된 선자이모의 첫사랑 찾기를 다시 시작하고 해결될 듯 비껴가는 해결들 속에서 은근 몰입감도 생기고 당위성을 자꾸 되새겨보는 독자가 되기도 하였다.


첫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과 굳이 찾는 게 맞는가도 헤아리며 해미의 감정선을 따라갔다. 결론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선자이모의 일기장 속 첫사랑은 남자친구가 아닌 동성애의 비밀을 알게 되고 오두의 숨겨진 열쇠를 보게 된 결말이었다.



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관심이 나의 상처도 치유되는 일이란 걸 소소한 일상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해미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야 했다면 어쩌면 시간이 더 걸렸을 테고 더 아파하며 이겨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아픔으로 전전긍긍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두는 따스함과 여전히 안부를 살피는 마음이 결국은 해미의 상처에도 새살이 돋게 하는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문제들을 비추는 타인의 삶의 모습은 해미가 외면했던 문제의 열쇠를 얻게 된 셈이었다.


'눈부신 안부'는 글의 타래들을 엮는 방식도 여유 있게 공간이 되는 설정이라서 읽어 나가며 너무 편안했고 커다란 반전이 없는 듯 큰 설정의 결과 앞에서 전혀 거부감 없이 수용이 되는 마무리가 참 좋았다. 특히 우재와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제주도 야자수의 특성이 자꾸 마음에 남게 되었다. 원래 그랬던것은 생각만큼 많지 않으며 살면서 받아들이고 길들여지는 것이 최종 적인 해법이고 안정이라는 느낌이 자꾸 스쳤다.여전히 살면서 만나기 싫어도 만나게 되는 상처와 고민 속에서 너무 내 안의 응시만 할 것이 아니라 자꾸 주변으로 시선을 두고 다가가는 마음이 삶의 자세가 되도록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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