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클럽 독서모임 중 다른 멤버분이 가져온 책을 살피다가 흥미가 생겨서 빌려와 부지런히 읽고 반납하기로 하였다. 다양성의 문제와 이민자의 삶과 교육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의식을 다루는 책이었다.
일본인 엄마와 아일랜드 아빠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영국에서 교육시키며 겪는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면서 아들의 성장기를 기록한 내용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영국에 거주하며 아이를 교육시키고 공동체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 상황을 남긴 에세이였다. 저자인 브레디 미카코는 칼럼니스 트면서 보육사라는 직업을 가진 일본 여성의 시각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인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는 저자의 아들이 표현한 문구를 가져와서 활용했다고 한다. 저자는 영국 브라이튼의 허름한 동네에 살면서 아들의 교육을 위해 가톨릭 명문 초등에 보내고 싶었으나 인종과 계급이 뒤섞인 동네 인근의 공립학교에 보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게 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직설적으로 느껴지듯이 인종적인 정체성으로 대두된 옐로와 화이트라는 환경적부분속에서 아들이 느끼는 우울감이나 정치적 소용돌이를 표현하는 블루색상은 아이 스스로가 정립되지 않은 정체성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다.
에세이로서 흥미도 있고 주제도 다양한 만큼 여러 가지 에피소드 안에서 생각하고 결과들을 도출해내기도 하는 과정이 잘 남아있는 책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주제는 우리들 삶 속에서 발견되는 엠파시라는 감정에 대한 설명이 각인된다. 공감이라는 의미의 엠파시와 대비되는 감정으로서 심패시라는 용어도 비교 설명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의 의미로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은 엠파시(Empathy, 공감 )였다. 단순히 불쌍히 여기는 '심파시(Sympathy)'를 넘어, 나와 전혀 다른 입장에 처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듯 그 사람의 입장을 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알려준다. 글에 소개된 내용으로 아들이 빈곤한 친구에게 교복을 건네는 방법이나,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하는 친구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아들은 이 '엠파시'를 몸소 배워나가는 걸 적고 있어서 감동이 남았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의 동네에서 있는 위탁 가정의 모습이 새로웠는데 아이들에게 있어 양육자란 밖에 있다가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마음의 기지와 같은 존재라는 명제가 크게 와닿았다. 미국의 심리 학자 메리 에인스위스 Mary Ainswork는 그런 존재를 안전기지 securebase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안전기지를 갖지 못한 채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포스터 패밀리라는 위탁 가정을 뜻하는데 그런 아이들이 안전기지의 느낌 없이 양육되면 생기는 문제들도 표현하였다.
LGBTQ에 대해 설명하며 성 정체성이 잡혀가는 교육도 언급하여서 잘 살피게 되었다. 각 문자가 지칭하는 것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퀘스처닝이 무엇인지 설명하였고 호모포비아나 바이포비아 같은 혐오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든가 젠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도 잘못되었다든가 하는 것들을 배우는 교육을 엿보게 되었다.
다양한 인종의 모습과 문화를 알게 된 내용 중 놀랐던 건 FGM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 프로그램이었다. 여성 성기 절제라는 것인데 아프리카 등지에서 시행되는 여성 욕구를 거세시키는 풍습이었다. 문화 충격이 느껴졌다.
그리고 취약한 싱글맘들의 생활을 침해하는 불리한 근무조건으로 설명된 고용주가 부를 때만 출근하는, 제로아워 계약을 알게 되었다. 고용주의 사정에 따라 근무가 아예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니 경제빈곤의 고리였다.
다양한 친구들의 삶을 알아가면서 성장해 가는 아들의 시간 속에서 엄마와 아빠도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잘 그려진 에세이였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나는 멜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는 아들의 정체성에 대한 숙제를 보고 얻어온 것이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뚝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것 같았다. 뭔가 경험해서 이런 글을 쓰고 싶어진 걸까? 나는 노트를 덮고, 어질러져 있는 연필과 지우개 등을 필 통에 담은 뒤 노트 위에 두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낙서를 적었을 때 블루의 올바른 의미를 알았을까? 아니면 뜻을 잘못 알고 있을 때 쓴 걸까?' 한번 궁금해지자 참을 수 없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나 는 아직도 아들에게 그 낙서가 무슨 뜻인지 묻지 못했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 제목이었다. 다양한 색채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이의 혼란을 담고 있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약간 그린으로 변화하는데 이는 정체성이란 남이 정해준 틀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부딪히며 만들어가는 진행형임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과연 타인의 신발을 신어볼 용기가 있는가를 생각하는 차이와 차별과 격차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의 눈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이 작품을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다름을 알게 되어도 이해하며 차이로 인정해야지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될 것 이라는 다짐을 생각해 보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