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읽어보리라 여긴 책이었다. 바로 역사의 기막힌 지점인 2024년 12월 3일의 계엄이 난동 부리던 그날의 기록인 일기 형식의 에세이였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을 그날의 기록이 시작이라니 관심이 닿았다. 언젠가 글쓰기 모임에서 토론 중 그날의 개별적인 시간에 대한 상흔을 이야기하면서 대국민들의 일상은 누구나 그날의 상흔이 남아 있으니 뒤돌아보면 대단한 기록이리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구획된 일상 속 그날의 느낌과 행동과 기억들이 다양한 흔적으로 남겨졌으리라!
황정은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속에 쳐들어온 그날의 기억과 이후 일상과 소중한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소소한 듯 처절한 몸짓을 진솔하게 시기별로 적어놓은 일기였다. 작가의 일기 속 흐름이 나의 시간과도 일맥상통한 듯한 모습들에 다시 떠올리며 깊은 공감의 시간과 위로를 나눈 독서였다.
그리고 그 당시 나 역시 매일 글쓰기 모임의 기록을 들추어보니 시대착오적인 계엄이라는 충격 속에 남겨진 기록이 생생해졌다. 놀랐고 느끼고 행동한 일상 속에 언제 발현될지 모르는 트라우마의 뇌관을 지닌 시간을 다독였다. 아직도 툭하고 건드려지면 억울한 뇌관은 어찌 될지 모를 시대가 남아있으니 절대 느슨해지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나의 그날들의 기록을 남겨둔다.
2024.12.03. 화.
# 김밥집 불순물
퇴근이 이른 남편이 포장해 온 고급진 김밥과 샐러드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가격도 꽤 나가고 조리법이 요리급이라 분식집 김밥과는 결이 다른 키토김밥이다.
망고 샐러드는 소스까지 조화롭고 엄청 고급진 맛으로 건강식품의 느낌이 들었다. 한참 먹다 보니 샐러드 용기의 바닥에 불순물을 보게 되었다. 용기 뒷면 나사핀 같은 쇳조각이 샐러드에 섞여있어서 깜짝 놀랐다. 하나씩 헤치며 먹었길래 망정이지 혹여 한 움큼 집어서 먹었다면 그대로 입속에서 와작 씹혔거나 꿀꺽 목으로 넘기는 큰일 날 사건이 될 뻔했다.
위생을 최고로 조심해야 할 음식점의 의무에 어찌 이런 일이 생길까 싶었고 도대체 나사핀의 정체는 무언지 규 명되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매장으로 전화해서 불순물의 사진을 보냈다. 일단 어디서 실수가 생겼는지 확인도 하고 또 다른 불상사도 막아야 된다는 생각에 사진도 찍고 전송했지만 매장 사장은 그저 환불과 교환만 되뇌니 살짝 마음이 상했다. 일단 불순물을 비닐에 보관 후 매장에 꼭 전달하고 싶다고 의사 전달을 했다. 주방에서 어찌 그런 불순물이 생긴 건지 꼭 확인하라고 말하고 통화를 마쳤다. 혹여 얼굴 붉히고 번거롭더라도 꼭 국 규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2월 3일 8시 30분 즈음의 김밥 불순물 사건을 겪었는데 10시 30분에 어이없는 계엄령 사건이 터졌다. 이래저래 불순물의 시대로 혼란스러웠다.
2024.12.11. 수.
# 김밥 샐러드 환불
차일피일 미루던 김밥 가게 환불을 마무리하였다. 사건 후 바로 방문해서 처리하려던 것을 시국이 시끌하고 여의도 집회에 다니느라 잠시 미룬 일이 되었다. 마음이 산란해서 갈까 말까 망설인 탓에 휘릭 1주일이나 늦어진 셈이다. 그깟 불순물 하나이고 큰 사고 없이 끝났고 김밥과 샐 러드도 맛나게 먹었으니 그냥 넘어갈까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비자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은 식당 업주의 책임은 명백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번거롭고 민망한 부분도 있지만 업장에 가서 지난 화요일에 발견된 불순물 보관 비닐을 건네주고 기존 주문 그대로 새로 받아왔다. 막상 매장 방문시간이 점심 시간대라서 손님들이 북적여서 살짝 곤란한 마음도 들었지만 미리 전화로 통화하고 주문했기에 불순물을 전달하고 김밥과 샐러드를 받아왔다. 그 시간 동안 그들에게 손해가 갈까 전전긍긍 한쪽에서 조용조용 은밀하게 치른 나의 행동이 썩 명쾌하지 않은 기분이라 살짝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결국 맛난 걸 먹으니 기분이 풀렸다. 계엄사태의 분노가 기화가 되었지 평소의 내 성향은 환불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막내딸이 꼭 환불 처리받으라면서 나의 우물쭈물 회피를 콕 집어 말하였다. 아닌 건 따져야 한다.
"그 정도면 도덕성을 넘어서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