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마스터 자격증
뒤돌아 생각해 보니 나의 자격증 리스트에 살짝 무임승차의 모습으로 남겨진 것이 있다. 그 이름도 멋진 초콜릿 마스터 자격증이 그것이다.
2017년 즈음 제과제빵의 직업훈련을 받으며 지원받은 금액은 300만 원 정도였고 2가지 과정을 마치고 남은 금액이 딱 쇼콜라티에라는 영역의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제과 제빵도 필기시험만 통과했고 실기는 복잡하고 난이도를 생각하며 도전하지 않았다. 긴장되는 시험장의 분위기를 동기들에게 전해 듣기만 해도 쫄렸고 신청도 경쟁이 치열해서 진즉에 그저 제과 제빵의 흐름과 집에서 꼬물 만들어 먹는 수준으로 만족한 상태였다. 초콜릿 수업 역시 너무도 새로운 영역이라 나의 호기심을 가득 채워 주었고 초콜릿 제과라서 좋아하는 케이크를 수업 때마다 한 개씩 득템 하며 행복한 50대의 시간을 보냈다.
제과 제빵의 실기는 국가기관에서 주관하였고 초콜릿 자격증 시험은 민간기관에서 주관했기에 라인이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국가 자격증과 민간 자격증은 위상이 다른 것이었다. 나는 어떤 것이든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내가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학원의 입장은 조금 다른걸 차츰 알게 되었으니 국가 지원 취업 훈련이니 보이는 결과에 따라서 할당되는 지원내역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학원의 홍보나 위상도 수강생들의 보이는 지표가 자격증 취득이 영향을 받았다.
제과 제빵의 실기 응시료보다 비싸서 초콜릿 마스터 자격증 시험은 응시료가 10만 원이 넘었다. 진심 줏대를 가지고 계속 거부하고 싶었으나 긴 시간을 학원에서 지내며 강사와도 친해졌고 함께 배우는 동기들의 분위기가 묘하게 단결을 요구하는 터라 전원 응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응시료도 솔직히 아깝고 나의 실력이 자격증을 딸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망설였다. 필기는 재미도 있고 통과도 하였으나 실기는 과정도 복잡하고 섬세한 공정 과정이 나의 기질과 맞지 않았다. 사실 시험은 안 봐도 여러 가지 정황상 응시생의 통계가 영향이 있으니 일단 응시료는 내고 실제 시험은 패스할 생각이었다. 도전 의식의 결여라고나 할까?
그런데 초콜릿 마스터 자격시험의 실기 시험은 바로 우리 학원에서 시험을 치른다면서 강사는 무조건 참여하면 자격증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격려했다.
사실 모든 실습 과정은 팀 별 수업이었고 이미 베테랑 실력자로 실무에서 경력자인데 자격증 따려고 다니는 동기가 늘 이끌어주었고 매 수업마다 달큼한 초콜릿을 즐기는 행복을 누렸다. 훌륭한 학원의 시설 자재는 도깨비방망이처럼 수업 때마다 나에게 달달한 초콜릿 간식을 주었다. 케이크이나 초콜릿제품이 생산되는 현장이 너무 신기하고 호기심 충족이 가득인 시간을 보냈다.
초콜릿 마스터 실기 시험은 가장 기본적인 스킬을 체크하는 범주라서 완성하려는 고체 초콜릿의 계량과 템퍼링이라는 온도 조절하며 액체화 시키는 기본과정을 통과하는 게 시험이었다. 1차 템퍼링에서 실패하면 다음 작업은 못하기에 그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철판 보드에 액체 초콜릿을 붓고 굳으면 기본적인 리본 모양과 막대 모양의 제품을 완성해서 자기 수험표가 있는 트레이에 올려두고 퇴장하면 심사위원들이 체크해서 합격여부를 통보해 주는 시험이었다. 요즘 핫한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사한 시스템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시험일이 정해진 후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는데 나의 똥손은 강사를 긴장시켰으니 나는 집중하거나 투지가 부족한 학생이라 휘릭 리본 모양을 만들다 반으로 댕강 모양을 망치거나 스틱 만들기는 또르르 말리며 모양을 내는데 덜 밀려서 흐느적거리는 결과물이 되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럭저럭 시험 보고 떨어지면 지금처럼 집에서 초콜릿이나 만들어 먹자는 무사안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강사는 안심시키며 ** 님 자격증 가져가니까 걱정 말고 계속 연습을 하라고 격려해서 떨어져도 괜찮다고 느슨한 제자가 되었다.
드디어 실기 시험날 시험장에 들어서니 각자의 자리가 배치되고 필요한 도구들도 세팅되고 재료도 할당받으니 긴장이 되었지만 익숙한 동기들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니 긴장이 덜했고 다만 수다는 금지라서 각자 자리에서 순서대로 제품을 완성시켰다. 난 팀별 수업 때는 주로 언저리를 맴도며 실력 좋은 동기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계속 나오는 설거지 용기들을 정리하는 걸 즐겨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시험장에서는 온전히 나 혼자 계량하고 가스불에 중탕으로 초콜릿을 녹여서 온도 맞추고 상판에 부어서 초콜릿 재료를 쫙 펴서 굳는 타이밍을 체크한 후 모양 만들기 과제로 리본과 스틱을 만들었는데 무슨 일인지 너무 순탄하게 이쁜 모양이 나와서 여유 있게 개별 트레이에 담아서 두고 뒷정리까지 하고 시험장을 나왔다.
실기 시험 마치고 민간자격증의 흐름을 알게 된 건 보통 응시료 10여만 원을 내면서 자격증이 보장되었던 것이었다. 민간 자격증의 민낯을 느꼈던 시절이었다.
여하튼 나는 운전면허증 포함 교원자격증과 보육시설장 자격증, 보육교사 1급 자격증에 더해서 초콜릿 마스터 자격증이라는 달달함을 장착한 60대가 되었으니 활용해서 노후 설계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