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by 리단쓰

영화 보기 전 기대평점으로 4.7 정도를 지닌 채 영화를 보았는데 마음속 남은 평점은 4점 정도로 정리했다. 평점을 낮추는데도 꽉 채운 뺄 것 하나 없는 4점인 것이 만족스럽다.

이미 충분히 회자된 역사적 사실 속에서 발견한 소재의 창의성으로 재조명되었다는 측면이 크게 부각되었다.

사극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찰방거리는 느낌을 던져주고 감동과 사색의 언저리를 남겨준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자꾸 장항준 감독의 액션이 느껴져서 슬쩍 웃음도 나왔지만 일부러 잊으려 애썼다.

영화를 감상하며 늘 배우를 우선시하는 습성이 있는데 감독이 불쑥 느껴지는 느낌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왕좌를 내려놓고 유배지로 쫓겨나서 민초들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융화되는 인간미와 따스함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역사적 회오리를 어쩌지 못하고 죽음의 낌새를 느끼며 죽음의 방향과 모습을 결정짓는 장면에서 마음이 에어지는 느낌으로 좀 아팠다. 그리고 사람사이의 진심이 전달되는 소소한 부딪힘 속 차곡차곡 쌓여가는 인간적인 온정은 세상살이의 진리가 아닐까?

영화 보기 전 스포 아닌 스포로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난다고 해서 왠지 의식을 분산시키려 발도 까닥이고 머리도 주억거렸건만 폭풍 눈물이 쏟아졌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것도 안타까웠고 어차피 죽게 되더라도 방법론을 고민한 흔적이 그 어느 날 안타까운 소식도 겹쳐졌다. 마지막 왕의 주검을 안으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에서 지난가을 돌아가신 엄마의 주검 앞에서 너무 작고 측은해서 차가운 품을 안아보던 그날의 생각이 떠오르며 어쩔 수 없는 봇물이 터져서 소리 내서 울어버렸다.


소중한 역사 고증의 한 자락에 꾀돌이 같은 장항준감독의 창의성에 박수 한 자락을 보내게 되었고 어쩜 그리 적재적소 배역을 앉혀둔 건지 감탄스러웠다. 어느 리뷰에서 유지태 배우가 원래 눈매가 그리 못되게 생겼냐고 하던 내용이 실감 나게 진짜 무서운 눈매가 그려졌다. 그리고 박지훈 배우의 탱글 반짝이는 비즈 같은 눈망울은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나올 느낌이었다. 유해진 배우는 원탑으로 내용을 이끌며 처음의 가벼운 민초의 무지렁이 같은 눈빛에서 역사의 한 점을 깨닫는 깊어지는 눈빛을 보게 된 관객으로 난 이번 영화감상의 좋은 것을 많이 담았다.


지금 우리의 시간도 곧 역사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늘 놓지않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면 참 좋겠다.


역사의 한 자락을 느껴보고 지금의 시간에서 커피도 누리고 술 한잔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지금 바로 이런 순간이 괜찮은 삶의 역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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