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함성 그날 이후

by 리단쓰

백 년이 지나고 또 7년여의 시간이 흐른 삼일절이 되었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는 명제처럼 꼭 기억해야 될 역사적 성찰을 해서 다행이었다.

뮤지컬도 아니고 오페라도 아니지만 탄탄한 무대의 맛을 느꼈다. 3.1절 함성처럼 모이고 모인 합창의 의미로 되새겨본 3.1절 기념 공연이었다. 단순한 합창으로 구성된 발표회와 달리 드라마적 구성요소가 있어서 관심 있게 관람하였다.


르포 형식인 듯 기자인 내레이터가 무대를 여는데 배우 문희경 씨가 진행을 맡았다. 무대가 시작되고 극의 전개도 입체적으로 색다르게 세팅이 되었다. 역사적 고찰을 담은 소설을 출간하게 된 아빠가 16살 소녀인 딸에게 책내용을 소개해주는 전개로 시작하는 무대의 의미는 바로 꽃다운 소녀들 역사의 뒤안길의 눈물들인 위안부 여인들의 이야기였다. 오늘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성이 바로 현재시점의 16살 소녀가 바라보고 느끼고 절규하는 역사의 상흔을 짚어준다는데 찡한 마음이 남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소녀가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공장에 취직하는 줄 알고 따라나선 곳이 위안부가 되어버리는 역사적 소용돌이를 보게 되었다. 그녀들은 갈기갈기 찢기 운 채 해방이 되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도망치듯 뿔뿔이 흩어졌고 주인공 역시 몸을 뉘이는 곳이 낯선 땅 하와이라는 사실에 눈물이 흘렀다.

그곳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고아가 된 소년을 엄마처럼 살펴준다는 내용인데 이야기의 귀결점은 그 소년의 아들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설로 남기며 역사적 증언을 한다는 구성으로 무대를 끌고 가는 설정이었다.


공연의 짜임새도 탄탄하고 합창과 현악기의 조화와 성악의 맛으로 누린 의미 있는 3.1절의 시간이었다.


오늘 오전에는 우연히도 3.1절 기념식을 보게 되었는데 형식적인 분위기보다 짙은 애국심이 전달되는 구성력에 이미 감동스러웠다. 기념식 말미 만세 삼창 때 나는 왜 의자에서 일어나서 나 혼자 만세 삼창에 동참하며 왠지 뜨거운 피돌기를 느꼈다. 그리고 삼일절 노래를 아무 막힘없이 따라 부르는 내 모습에 슬며시 웃기도 하였다.

2026년 3월 1일은 왠지 기억될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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