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by 리단쓰

가부장 시대를 접해본 세대에게 생경한 표현법으로 느껴지는 '가녀장의 시대'를 만나는 시대가 열렸다.

브런치 라이브독서 이벤트로 받게 된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고 독후 감상을 남기니 의미 있는 작업이 되었다. 소설인 듯 에세이인 듯 사실인 듯 허구인듯한 구성의 '가녀장 시대'는 혼자 빙긋이 웃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 활자 속으로 다가서기도 하는 독서 시간이 되었다. 참신하고 당찬 젊은 세대다운 글의 흐름은 편하게 읽히며 기성세대의 삐걱임을 손질해 주는 윤활유 같은 대목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주인공 가녀장의 문학을 대하는 태도가 돈 되는 문학의 소용에 중심점을 둔다는 것에 가슴팍 살이 출렁이고 펌핑되는 기분이었다. 나의 모토는 문학이 돈이 되는 처절함과 처연함을 잊지 않을 때 절실하고 진실된다는 믿음을 장착하는 입장이기에 가녀장의 삶이 숙연하게 와닿았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아니어도 역으로 일한 것의 노동가치를 용인해 주는 척도가 멋지고 또 멋졌다.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것에 한 축을 담당하는 딸이니 가녀장시대가 딱 적합한 개념정의가 아닌가? 꾸준한 노력과 노동을 환산해서 연재일을 하며 돈을 벌어 가족의 생활비와 집세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된다는 설정도 좋고 집과 근무지의 혼용으로 얻어내는 가치 창조가 너무 영리해서 감탄스러웠다.


이슬아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얼마큼 녹아들었나 궁금해지며 사적인 동향도 검색해 보니 역시 수긍가는 부분이 느껴졌다.


가녀장이라는 새로운 가족 역할을 보여주면서 전통적으로 가장은 남성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딸이 가족의 경제적 중심이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 역할이 바뀔 수도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작가는 가족에게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때로는 짜증을 내고 결국은 애정을 확인하는 에피소드가 가득해서 안심이 된다. 그리고 생활의 리얼리티를 보여주면서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월세, 생활비, 일거리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중심이 되니 독자에게 현실적인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글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가족과 일상을 바탕으로 글을 쓰지만, 그 안에서 화자는 단순한 '작가 자신'이 아니라 하나의 인물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독자는 실제 경험을 읽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책 속에서 화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녀장'이 된다. 전통적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존재가 아버지였다면, 이 이야기에서는 딸이 그 역할을 맡는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가족 속에서 글을 쓰며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작가는 그 상황을 비극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의 구체적인 장면들과 가족 사이의 사소한 대화 속에서 웃음과 자조를 끌어낸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화자는 아버지를 향해 때로는 짜증을 내고 냉소적인 말을 던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애정이 남아 있다. 아버지 어머니의 실체도 현실감속에 친근감으로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가녀장이라는 단어의 출연이 기존 남성중심의 가장 개념의 전복을 꾀한다기보다는 현대 사회에서는

청년 세대의 불안정 노동이나 가장의 경제력 약화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라는 변화 속에서 딸이 가족을 책임지는 상황이 생긴다는 상황에 설득력을 싣게 된다.


책을 읽으며 작가 이슬아의 이력에 궁금증이 생겨서 살펴보니 납득이 되는 부분과 많이 와닿았다. 2013년 일간 이슬아라는 직거래 문학거래라는 형식으로 이메일을 통한 독자와의 직접 소통의 양식을 시도한 도전의식과 참신함이 성공의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문단 활동 시작 이후에 수필, 소설, 인터뷰, 칼럼 등 여러 장르로 글을 쓰고 글쓰기 강사의 소명까지 해내는 실천력에 놀랐다.


출판사 헤엄출판사 대표이기도 한데 이메일로 매일 글을 보내는 방식이고 독자가 직접 구독료를 내는 '문학 직거래' 플랫폼의 안착이라니 신선한 발상의 30대 젊은 작가였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고 이 프로젝트로 젊은 세대 독자에게 알려졌다니 여러 가지 경제활동에 '가녀장의 시대'는 그냥 출판된 것이 아닌 기존 노력들의 응집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더구나 또래 세대인 두 딸을 생각하며 이입과 몰입이 쉽게 되기도 하였으니 비슷한 정서의 표현법에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기도 하였다.


어렵지 않은 글을 쓰고 독자와 쉽게 소통하는 젊은 이슬아 작가의 활동에 응원하고 감탄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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