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by 리단쓰

<구의 증명>으로 알려진 '최진영' 작가의 작품으로 이번 독서는 '해가 지는 곳으로'라는 책을 만났다. 심적 서사를 풀어내는 능력과 스토리를 끌어내는 힘이 좋은 작가라서 쉽게 술술 읽어나갔다. 물론 내용은 무거움이 담겨 있어서 덜거덕 걸리는 느낌이 남기는 하였다.

작가 최진영은 2006년 단편소설 <팽이>가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최진영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민음사에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해가 지는 곳으로'의 위력은 읽는 내내 충분한 채워짐이었다. 최진영 소설 특유의 의미 있는 서사와 독서 후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는 존재임을 피력하는 내용이라고 느꼈고 꾸준히 놓지않는 주제의식에 독자로서 집중하게 되었다.


속 등장인물이 순차적인 시점을 잡고 내용을 전개시키는 방식이라 서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원인도 모를 전염병이 전 세계에 퍼지고 감염된 이들이 죽어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정체 모를 바이러스로 인해 러시아로 도피한 사람들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도리 역시 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동생을 챙기며 안전한 곳을 찾아 떠돈다. 어느 날 도리는 그와 동생을 돕고 싶다는 지나를 만나게 되고 지나의 가족들 틈새에 끼어서 함께 떠나게 된다. 도리와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바이러스로 인해 다 무너져 버린 마을과 좌절해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많은 것을 잃은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해치며 나아가고 그 모든 건 상처로 와닿는다. 도리와 지나는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성장해 간다.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그곳 '해가 지는 곳'을 찾아 떠나며 둘은 서로에게 기대어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간다. 끔찍한 재앙 속에서도 소중한 마음을 지켜내며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짓을 남겨주는 내용이다


바이러스의 침범이라는 질병으로 소설은 시작되지만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며 실제로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 사이의 인간성이 무너지는 종말의 모습이 처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최진영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의 소설의 흐름은 근간에 디스토피아나 현대적 의미로 핵전쟁 팬데믹, 기후위기 등으로 문명이 붕괴하는 '종말론적 상황'으로 자주 쓰인다는 아포칼립스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도리와 지니의 우정인 듯 동성애적 장치도 담겨 있어서 독자들의 해석을 담보로 장착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존의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의 주제 의식이 꾸준하다는 것과 선뜻한 명료함속에 인간에 대한 신뢰와 따스함을 보여주는 작가의 내면에 위로를 받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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