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전작 읽기 ㅡ 3월
박상영 전작 읽기의 이번 독서는 '믿음에 대하여'라는 책으로 만났다. 기존에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잇는 퀴어 소설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 <믿음에 대하여>를 읽었다.
각각 제목과 함께 등장인물 이름으로 시작되어 각기 상황과 인물관계도를 따라가며 서사를 이끌어가는 방식이었다. 총 4편의 연작으로 이어지며 각기 인물들의 연관성을 알게 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김남준, 고찬호 그리고 유한영과 황은채, 임철우라는 인물이 연계되어 쓰인다. 이 소설은 믿음이 확신이 아니라 망설임으로 관계를 선택하려는 태도에 대한 많은 사건들이 다양하게 배치되었다.
<믿음에 대하여> 연작소설은 4편 모두 코로나 19가 세상을 뒤흔든 2021년과 2022년에 쓰였기에 코로나와 관련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그로 인한 피해와 고립, 그래서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고통이 담겨있다.
<요즘 애들> 김남준
사회 초년생이 된 청년들이 열정페이로 직장에서 주인공 남준의 스물여섯 살 시절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잡일부터 시작하면서 온갖 일을 맡게 되지만 사수인 배서정은 칭찬 한마디가 없고 사생활 간섭도 지나쳤지만 고군분투 견뎌낸 남준이 결국 앵커로 성공을 하게 된다.
<보름 이후의 사랑> 고찬호
대기업에 다니는 찬호는 오피스 와이프라고 불리는 한영이 철우와 사귀고 있는 걸 알고 자신도 같다고 고백한다. 그러다가 남준을 만나게 되는데 폐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쌓인 것이 폭발하여 싸우지만 해결 책으로 동거를 제시해 온다. 집을 장만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뭔가를 끌어모아 목표를 달성한 후에 4명은 집들이도 아니고 하우스 워밍 파티를 즐기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반전인 듯 탁류의 인간 관계도가 한번 더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되는 순간> 유한영과 황은채
한영의 회사로 은채의 팀원이 이직을 하여 같이 일하게 된다. 이 팀은 서로 닉네임을 부르고 각자의 할 일만 하는 우수한 인재로 이루어져 있는데 콘텐츠가 대박 난다. 둘이 요즘 애들이었던 시절은 가고 진짜 요즘애들의 모습에 자유분방하여 묘사된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좌절되는 순간을 겪어나가며 한영은 삶이 버거워진 은채의 모습에서 자신의 이모인 리나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 믿음에 대하여 > 임철우
마지막 작품은 유한영의 파트너인 임철우가 주인공인 파트이다. 철우는 지금껏 의심한 적 없었던 Y의 거짓된 인생과 죽음 이후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변화를 맞는다. 철우는 Y라는 남자와 사귀며 동거하다 커플링을 맞추고 난 뒤에 갑자기 Y가 사라져 버린 후 Y를 찾기 위하여 Y에게 전화를 하는데 전누나에게 Y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Y의 누나에게 철우는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데 그동안 Y가 했던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고 중국으로 떠난 줄 알았던 Y는 중국에 가본 적도 없고 심지어 군대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 후 충격을 받는다. 그 일로 잘 나가던 사진작가 일을 그만두었고, 아끼던 SUV 차량도 팔아버린 후 이태원에 작은 이자카야를 차리게 된다. 가게는 나름 장사가 괜찮게 되었고 Y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영과 연인 관계로 지내던 중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 내용이다. 한영은 리나 이모의 죽음 이후 충동구매와 각종 취미를 섭렵하며 살아간다. 게다가 집도 옮기자고 하는데 코로나 19의 여파로 장사는 수렁에 빠져 개인 회생 절차에 들어간다. 그 상황에 어머니는 광신도가 되어 다른 세계에 빠져 살고 있다. 철우의 삶이 불안정한 궤도에 들어서며 새로운 관계형성의 부분이 역시 사람 사는 복잡성을 느끼게 하였다.
이번 소설에서 가장 특징적인 정서는 감정의 탁류가 아닐까? 사랑과 우정, 기대와 불안 친밀함과 거리감 같은 감정들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서로 뒤섞이며 흐른다. 퀴어 소설의 서사에서는 이러한 감정의 복합성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데 관계가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은 자신의 감정과 관계의 의미를 스스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