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1.2권

박완서 전작 읽기 ㅡ3월

by 리단쓰

박완서 작가의 책을 발간 시기로 읽어나가는 전작 읽기도 어느새 절반의 위치에 다다르고 있다. 더구나 이번 달의 선정 도서는 발간시기가 1984년도라니 나의 20대와 맞물리고 있어서 좀 더 시대적인 연결을 살펴보게 되었다.

일단 박완서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의 재담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으로 꼽게 된다. 어느 순간이든 모두가 한 가지 색채일 수는 없기에 주요 인물과 주변인물의 상호작용으로 커다란 시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학작품의 색채에서도 이런 원칙을 생각하며 이번 달 작품을 읽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도 다양하고 사건도 넘쳐나고 대사들이 촤륵 넘쳐나는 소설이니 역시 영화나 드라마의 경계까지 바로 확장되어서 줄줄이 양산되었던 시기였다.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박완서 작가가 한국일보에 연재한 소설로 1984년 유지인과 이미숙 주연으로 영화로 제작되고, 1988년에 KBS 드라마도 방영됐다고 한다. 전쟁통에 있을법한 두 자매의 기구한 삶을 박완서 작가 특유의 친근하고 편안한 문체로 풀어내지만 그 세심함과 날카로움에 가슴을 어루만지게 된다. 아무래도 박완서 작가의 작품 속 세계관은 인간이 가능한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어두운 내면을 잘 표현하는 기법이 많다는 걸 점점 확신으로 느끼며 독서를 하였다.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듯한 인물의 성격이 짐작되었다.


어찌 보면 자신이 살아가고 살아내는 당대의 문제의식과 주제를 결코 묵과하지 않는 작가정신을 높이 담아보게 된다. 어쩜 박완서 작가가 생존해 있다면 성소수자의 애환이나 페미니즘에도 관심을 두고 여성인격에 화두를 남기는 작품도 남겼을지도 모르니 작가는 현시점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감당할 때 멋진 삶을 살았노라 평가받을 수 있으리라! 지금 시점으로는 갸웃하게 만드는 작법과 스토리임에도 박완서 작가의 필력은 존경스럽다.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소설 속 역설의 의미도 느끼고 수지가 화인처럼 박혀서 지니고 있는 7살의 흔적을 소설 초반에 배치하는 작법 센스에서 이미 박완서 작가의 마음을 읽게 되는 독자가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이나 인터뷰에서도 느껴지듯 호락 호락하거나 말랑거리지 않는 삶의 해석이나 시선이 고루 배치된 2권의 서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내용의 전개가 뻔한 듯 예상되지만 또 그런 전개를 박완서 작가이니 가능한 스토리가 맞다는 생각으로 읽어나갔다.


책의 초반, 일곱 살과 다섯 살 난 아들들이 다툴 때 보이는 신경증적 대응을 보며 어느 곳의 뇌관을 건드렸는가를 궁금해하며 읽어나갔다. 일곱 살 수지는 다섯 살 어린 동생을 전쟁 난리통에 일부러 버렸다. 일곱 살이 그럴 수 있는 나이인가? 전쟁이 아니었다면 온 가족이 찾았을 것이고 일어나지 않을 비극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행방불명되었고 어머니는 피난길에서 목숨을 잃은 상 황에서 수지와 수철이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줄 사람은 누구였을까? 시대적 비극과 개인의 성향이나 기질 그리고 선택들을 인물 묘사 하나하나에 중점을 두고 안배한 스토리텔러의 찰진 맛이 느껴졌다.


등장인물 모두가 자기의 색채를 지니며 포진되어 있고 사건의 억지스러움이나 유치함 그리고 연결들이 엉성한 게 아닌가 싶은 면도 있지만 소설 2권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힘은 쉽지 않은 필력이기에 감탄스럽다.


6.25 전쟁이 일어나고 난 1951년의 시대상이었고 알부자로 소문난 한 씨 집안에 중학생 오빠 수철과 수지, 수인(오목 ) 3남매가 인생역정을 겪는 이야기가 뒷심을 받으며 2권의 소설로 탄생된다니 이야기꾼 박완서 작가가 맞다. 그리고 수지가 수인 ㅡ오목ㅡ을 일부러 미아로 만들고 성인이 되어서 살아내는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하며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 관계도속에 펼쳐진다. 예상대로 버려진 오목이의 고아원 생활과 역경들 속에서 이루기 힘든 현실적인 꿈들이 잘 보인다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의 묘사도 세심하고 특징을 잡아내는 구성력이 돋보이는 느낌이었다. 춘자와 일환의 고아원 생활의 성격형성과 애환도 리얼하게 묘사되었고 오목이는 보육원인 '오누이의 집'에서 나와 재수학원에서 일하다가 학원 학생 미선이네 집의 양녀로 들어가게 되는 흐름도 드라마적 요소로 잘 배치한 스킬이 보였다.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오목이에게 버스값을 신세 진 인재는 오목이와 홧김에 잠자리를 하고 만남을 이어가고 인재는 수지의 마음을 앗아간 인물로 설정되면서 기존 다른 작품처럼 박완서 작가의 인간관계의 실타래 전법이 드러나서 살짝 식상함과 가벼운 구성력이 느껴지지만 마치 박완서 작가의 시그니처 스킬인 듯 쉽게 읽어나갔다.


자신이 헤어질 때 줬던 은 표주박 목걸이를 차고 인재를 만나는 오목이를 발견한 수지는 질투심에 불타 인재에게 오목이가 고아임을 알리고 헤어지게 만들었다. 그 시점 엉망이 되어가는 오목이의 인생은 불행의 예고였고 결국 결자해지인 듯 오목이 죽음뒤 감당을 수지는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사건의 전개나 인물의 성격이 탄탄하거나 설득력도 약하고 당위성에서도 미흡하다고 여겨지는데 묘하게 재미난 옛날이야기를 푹 빠져서 듣는 심정으로 몰입되는 게 박완서 작가의 소설적 특징이며 재미가 아닐까 생각하였다. 작가들마다 소신이나 역량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에 독자의 몫도 또 달라지는 게 소설을 대하는 태도일 수도 있겠다.


노익장 소설가로서 최선의 작품활동을 해나간 박완서 작가의 흔적을 사랑하는 독자가 되어서 따스해졌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들은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제작되었는데 이번 작품도 역시 1984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감독은 배창호, 주연은 유지인, 이미숙이 맡았으니 왠지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믿음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