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by 리단쓰

'율의 시선'이라는 소설로 청소년 문학다운 작품을 만나서 풋풋하고 따스해졌다.

이번 주 도서 리스트로 읽고 있는 책은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율의 시선'이라는 책이다. 그야말로 주인공 이름이 안 율이라 율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려놓은 소설이다. 그리고 율이는 중학생이니 청소년이 겪어내는 성장통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깊이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정상 궤도의 이야기보다 궤도 이탈의 위험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자꾸 응원하고 지켜보는 60대의 시간이 된다. 특히 주인공 율이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는 친구 이도해를 향한 시선이 주안점이 아닐까 생각되는 소설이다.


중학생 연령인 의식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나이 듦의 시간에도 지나간 시간 속에 15살 시절이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시장통 떡볶이를 탐하고 괜스레 시험공부한다고 친구집에서 라면을 축내며 온갖 수다로 긴 시간을 날리우기도 하였다. 주인공 안율과 이도해 그리고 꿈의 방향타로 고뇌하는 청소년들의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읽어나갔다.


'율의 시선'이라는 소설에서 만나는 많은 인물들의 서사가 특별한 깨달음을 남기지는 않지만 뒤늦은 깨달음의 알갱이들이 가득 모아지는 느낌으로 독서를 마쳤다.


청소년의 시간들을 찐하게 체험하고 기억해 두면 꺼내서 어루만지게 되는 내용들을 소중하게 펼치는 작품이 신선하고 의미 있게 기억되었다. 평범하게 꾸려질 것 같은 교실 속 구성원들의 각자의 사연과 사건과 이유들이 꽤나 설득력 있게 배치되었다.


율의 시선처럼 내 시간 속 그 당시 내 주변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세상의 시선을 되감기 해보며 회상에 가만히 젖어보는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규정하며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그 이면의 다른 모습도 살피는 깊이 있는 삶의 자세는 중요한 미덕이 아닐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작가 이력을 보면서 김민서 작가의 행보가 법학에 대한 수련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판례들 속 비극적 사건들을 간과하지 않는 따스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혼자 추측해보기도 하였다. 사실 청소년기에 교실의 삶과 수업 시간보다 이외의 삶에 버거워하는 청소년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생각에 맞닿는 사건들의 설정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치열한 삶을 견뎌내고 살아내는 청소년기에도 고민의 폭과 깊이는 존재하고 해법을 찾아내는 철학적 이유도 만만치 않다는 걸 너무도 잘 그려내 주었다.


이도해라는 인물이 자신의 이름 대신 북극성으로 불리고 싶어 하며 현실 속 도피처로 그리 반짝거리는 세상을 찾아낸 대목에서 엄청 감동과 연민과 아련함이 떠올랐다. 이름 대신 북극성으로 불리고 싶다는 이도해의 의미부여가 너무 가슴을 울려서 자꾸 생각이 맴돌았다.


그리고 삶이 버거운 현실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소설을 써보라며 율의 아픔들을 극복하게 방향을 제시해 주는 부분도 마음에 남았다. 왜냐하면 나의 그런 시절에도 현실과 다르게 맞닿는 아름다운 설정으로 이겨냈던 다른 언어들이 나의 버거운 시간을 버텨낸 이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매일의 숨쉬기를 하는 평범한 삶의 모습 속에서 글로 담아내고 이유를 찾아내는 소설의 양식에 무게감을 듬뿍 실어낸 돌파구를 찾아낸 스토리 구성에 많은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된 독자라는 걸 말해두고 싶다. 숨 쉴 수 있는 통로로 글을 쓰는 소설이라는 돌파구를 중요하게 여기고 놓치지 않은 주인공 율과 이도해의 시간이 희망적이고 따스했다.


"사실은 말이지, 북극성이라고 불리면 나도 빛날 것 같아서." 이도해가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순수한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오랜 세월을 보낸 노인 같기도 했다. 나는 작게 북극 성이라고 불러보았다. 이도해라는 이름처럼 입에 착 붙진 않았다. p47



"그래, 소설을 써 봐. 거짓말쟁이야말로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있어. 소설은 거짓말이니까."

"나 같은 게 써봤자 읽어 줄 사람도 없을걸. "

"그럼 내가 네 첫 번째 독자 할게."

그 말에는 한 치의 꾸밈도 없었다. 이도해는 어떠한 목적도 없이 나를 응원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타인의 순수한 호의는 내게 너무 낯설었다.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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