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봄에 만난 소년들

by 리단쓰

도봉산 쪽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1호선을 타려다가 등산객 인파에 식겁했다. 우리나라 등산 인구도 엄청 많지만 도봉산 등반 연령대는 고령화 추세인걸 대략 보아도 드러났다. 그리고 등산 후 술 한잔 문화는 이미 보편화된 건지 우르르 몰려나오는 인파들은 취기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일산으로 들어오며 1호선 타고 종로 3가에서 3호선 환승의 긴 여정을 포기하고 버스를 검색하니 타이밍 맞게 서울역 환승센터로 나가는 버스가 체크되었다.


번잡한 1호선보다 바깥 구경하며 광역버스를 타니 편안했다. 쌍문동 코스를 스치고 얼핏 만난 혜화동 로터리 즈음의 동성 중학교 건물이 보이니 문득 23살 봄 교생실습의 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중1 소년들과의 추억도 떠올랐다.


나도 이제 23살에서 40년이 관통하는 찰나이니 그 14살 소년들도 이제 50대가 되었겠다 싶은 생각에 세월이 선뜩하게 다가왔다.


언제 이리 세월이 흘렀는지 소년들아 잘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대학 4학년 봄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준 소년들과의 한 달 추억이 방울방울 다가오니 계속 미소가 뗘지는 순간이었다.


뽀글뽀글 바가지 파마를 한 나에게 양배추 인형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던 소년들이 고마워서 내가 인형인 건 맞냐고 했더니 진짜 나하고 똑같다고 말해주며 키득거렸다. 양배추 인형 뽀글 머리랑 낮은 코가 똑같다고 응수해서 빵 터진 즐거운 웃음의 기억도 소중해진다. 기특하게 헤어지는 날 손편지와 북 치는 소년 석고상 오르골을 종이상자에 포장해서 종례시간에 언박싱하며 슬쩍 눈물도 보여주던 섬세한 소년들이 그리워진다.


추억은 갑작스레 어느 길목에서 마주치는 선물인 것이라는 생각에 버스 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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