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글릭 < 야생 붓꽃 >

노벨문학상 수상 여성작가 작품 읽기

by 리단쓰

이번 달 노벨문학상 여성 작가의 작품집은 루이즈 글릭의 시집으로 < 야생붓꽃 >을 읽었다.

야생붓꽃의 시집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의 대표적인 작품이었다.

소설보다 난해한 복선적인 의미들을 찾으며 읽어나가는 시간이었다.

쉽게 펼쳐져서 직설적이고 드러내는 표현기법보다는 숨겨진 내포된 의미의 성찰들이 가득한 루이즈 글릭의 음성을 듣느라 쉽지 않은 독서였다.

늘 책을 만나며 어렵기도 하고 쉽게 다가오거나 재미있기도 하지만 뭐든 내가 만나는 독서의 시간은 뒤안길의 작가의 고충이 더 많이 녹아 있으리라는 생각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독서를 한다.

두 번 정도 읽을 정도의 분량이라 첫 독서는 느낌이 오는 대로 덜거덕 거리며 방해되는 단어들의 나열을 느끼면서 완독 하였다.

두 번째 읽기에서 자꾸 눈에 띄는 것은 루이즈 글릭이 세팅해 둔 문장 부호들의 쓰임 속에 내포된 횡간을 살피며 완독 하였다.

야생 붓꽃의 시집을 읽다 보면 내용의 난해함을 떠나서 많은 문장 부호의 쓰임에 대해 집중하게 되며 시 읽기의 흐름이 자꾸 까슬거려져서 멈칫거리게 되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쌍점과 세미클론은 다른 부호의 쓰임이라는 설명을 듣고 다시 읽기를 해보았다.

쌍점은 영미권에서는 많이 안 쓰이고 대신 세미클론을 사용한다는 설명을 만났다.

그리고 세미 클론의 쓰임은 앞의 내용의 부연 설명을 할 때 쓰인다니 좀 더 이해가 되는 듯하였다.

그리고 세미 클론은 큰 쉼표의 의미로 쉼표보다는 강하고 마침표보다는 약한 기능을 한다는 설명이 이해가 되었다.

야생 붓꽃은 루이즈 글릭의 13권의 시집 중 하나이니 나머지 시집들의 내용에는 어떤 목소리가 담겨있을지 버거운 느낌도 남았다.

독서를 마치고 루이즈 글릭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 역시 그녀의 삶을 응시하는 태도의 무거움은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녀의 지난한 삶의 투쟁 속에서 그녀는 인간으로 살아내려 신의 목소리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응시하고 탐문하면서 자연의 순응과 관찰 속에서 써낸 시가 바로 야생 붓꽃이라는 작품들을 탄생시켰으리라!

자연에 문외한인 나의 지식으로는 늘 나무 이름도 어렵고 꽃들의 종류 등도 세밀하지 못하기에 그저 스치듯 깊은 곳에 있는 자연 속 꽃들의 형상을 생각하며 시를 읽었다.

그럼에도 작가의 시선으로 평온하거나 치열한 시간들이 느껴지는 순간에 경건해지는 느낌이었다.

시집을 읽으며 이유 없이 내 마음을 두드린 3편의 시를 적어서 간직해 본다.


< 봄눈 >


밤하늘을 바라봐;

나에겐 두 개의 자아, 두 종류의 힘이 있어.


너의 반응을 보며 나 여기

너와 함께, 여기 있어. 어제

낮은 정원에서 촉촉한 땅 위로 달이 떠올랐지.

이제 땅은 달처럼 반짝이네.

죽은 물질이 빛으로 덮인 것처럼.


이제 넌 눈을 감아도 돼.

나는 들었어, 당신 울음들을, 그 울음들 이전의 울음들,

또 그 울음들 뒤에 있는 요구도.

나 네게 보여주었어. 네가 원하는 것을 ;

믿음이 아닌, 권위에의

항복을, 폭력에 기댄 그것을,


< 아침기도 >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싶지요?

나는 잡초를 뽑는 척하며 앞마당 잔디를

거닐어요. 당신은 아셔야 해요.

무릎 꿇고, 꽃밭에서 토끼풀 뭉텅이 뜯어내면서

내가 잡초를 뽑고 있지 않다는 걸; 사실

난 용기를 찾고 있어요. 영원히.

그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상징적인 이파리 하나

찾으려고 덤불 하나하나를 다

확인하며, 머지않아 여름이 끝나고 있고요. 어느덧

나뭇잎들 단풍이 들고요. 언제나 병든 나무들이

가장 먼저 가네요. 죽어 가는 것들 눈부신 노랑으로

물들고요. 그러는 동안 검은 새 몇 마리가 음악의

통행금지를 연주하고요. 당신 내 손 보고 싶지요?

첫째 음표처럼 지금은 비어 있네요

아니면 징표 없이 계속하는 게

항상 핵심이었나요?


< 나팔꽃 >


다른 생에서 내 죄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생에서 내 죄가

슬픔이듯, 나 다시는

오르도록 허락되지 않기에

어떤 식으로든 나의 생을

반복하는 건 절대 허락되지 않기에

산사나무에 감긴 채, 모든

지상의 아름다움 나의 형벌

당신 것이니만큼ㅡ

내 고통의 근원, 어째서

당신은 이 꽃들을 하늘처럼

내게서 드리우시나요, 나를

내 주인의 한 부분으로

표시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나는

그분의 망토 색깔, 내 살이

그의 영광에 형식을 부여합니다.


루이즈글릭은 2020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23년도에 시집 13권이 번역되어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023년도에 80세의 나이로 사망한 여류시인의 삶에 경건한 애도를 남겨두는 독서였다.


루이즈 글릭이 청소년기의 버거운 터널 속을 잘 이겨내며 꾸준한 행보를 게을리하지 않고 만난 자연의 모습과 종교적 성찰, 그리고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들의 처연함이 자꾸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니 모리슨 < 빌러비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