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여성작가 작품읽기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는 다양한 느낌이 남는 독서였다. 소설의 근간은 기자로 활동하던 토니모리슨의 레이더망에 걸린 실제 사건 하나가 시작이었다.
남북전쟁 이전시대부터 이후의 흑인 노예문제 속에 발생한 실제사건을 스크랩하던 작가는 상상력의 구성을 한껏 녹여내서 작품을 완성시킨다.
빌러비드의 소설 속 배경은 1873년 여름부터 1874년 여름을 겪는 일 년 동안의 사건이 기조가 된다.
미국에 아직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에 흑인 노예로 살아가는 세서가 주인공으로 인종적 차별은 물론이고 혹독한 시련 속에서 자식들을 지켜내려는 처절한 모성으로 몸부림치다가 자신의 딸을 살해하는 슬픈 서사가 배치되는 소설이다.
소설의 전개는 너무나 잔혹함을 나타내기 버거운지 판타지도 아니고 상상의 타래도 아닌 전개로 몽환적인 구성이 가득해진다.
간단명료하게 귀신의 집이 된 곳에서 겪어내는 흑인 가족의 처절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세서는 자신이 죽인 딸을 묻으며 비석에 '빌러비드(Beloved)'라는 이름을 새겨준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사랑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니 역설적인 의미가 된다.
빌러비드는 귀신이 되어 세서의 주변에 머물며 산 자와 죽은 자의 분탕칠이 계속 이어지는 124번지의 집에서의 일들이 현실인 듯 꿈인 듯 묘사된다.
다행히도 상처받은 사람들의 한풀이가 한바탕 벌어지고 나름 정돈이 되는 계기가 있으니 세서가 지난 시간 자신의 딸을 백인들의 횡포에서 지켜낼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딸의 살인을 했던 것에 비해 빌러비드를 구하기 위해 백인에게 얼음송곳으로 저항하며 환각 속 저항을 해낸다.
고단한 삶 속에서 자식들을 잃고 남편도 시어머니도 떠난 124번지에서 옛 남자인 폴 디와 마지막 남은 딸 덴버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며 소설은 끝난다.
단순히 흑인 노예의 문제로 제기된 것이 아닌 인간의 주제가 넘쳐나는 소설 속에서 아프지만 작은 각성을 얻어본 시간이었다. 세상의 많은 '빌러비드'는 이제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이건 폴 디의 책임이 있다. 그와 함께 있으면 감정이 빠르게 겉으로 솟아올랐다. 모든 게 본모습을 찾았다.
p73
"빌러비드." 여자가 대답했다. 목소리가 너무 낮고 거칠어 세 사람은 서로 번갈아 마주 보았다. 목소리부터 귀에 들어왔고, 그다음에야 이름이 들렸다. p92
나머지 이야기는 원래의 자리, 그의 가슴속, 붉은 심장이 있었던 자리에 묻은 양철 담뱃갑 속에 그대로 둘 것이다. 담뱃갑의 뚜껑은 녹슬어서 굳게 닫혀 있었다.
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