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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선물하는 장미꽃 핀 와인 테이블

by sandra

아침 일찍 잠이 깨, 오늘은 '나에게 선물하는 장미꽃 핀 와인 테이블을 만들어 볼까?' 생각에 잠겼다.

엇 하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 왠지 모르게 가슴에 기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침 일찍 일어나 왔다 갔다 하니 남편이 의아한 눈빛을 보낸다.

남편이 내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오늘 날씨도 좋은데 점심은 나가 먹을까? 점심 먹고 쇼핑도 한 바퀴 돌고" 한다.

"좋아요~~"

백화점을 가는 한강 다리 위, 벌써 분수가 부드럽게 하늘로 뿜어 올랐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강,

고 너른 강을 품고 있는 한강을 바라보면, 우리가 얼마나 큰 축복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느껴진다.

이 감정은, 오랜 이민 생활 끝에 돌아온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서초동에 정착한 후, 오 개월을 자연스레 집 근처 백화점을 선택했다. 그러다 문득 예전의 익숙함이 그리워져 다시 예전

백화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국에 다니러 오면 호텔 옆에 있어 다니던 백화점을, 이제는 한강이 보고 싶어 다닌다.

이제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오가는 길에 흐르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한강은 나에게 아름다운

보너스처럼 다가온다.

한 달에 한두 번 팔팔 도로를 타고 김포로 가는 길.

창 밖으로 내다보는 한강의 풍경,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은 나에게 묘한 설렘까지 안겨준다.

이젠 벚꽃이 만발하던 한강 주변 길은, 그 화려함을 뒤로하고 싱그러운 연초록빛 잎이 하늘 거리며 여름을 기다린다.

같은 나무 같은 길에서도 계절은 또 그렇게 말없이 바뀌어 간다.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며, 3월 말에 오푼한 네잎클로버 매장을 들렸다.

혹시나 했는데, "죄송합니다. 예약제니 예약하고 오십시오"

고개를 쑥 빼 매장 안을 슬쩍 둘러보니 사람이 많았다.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에 예약하고...

그래도 오늘은 꽤나 알찬 쇼핑이었다.☆

요즘 왠지 우울해 보이는 남편에게 분홍빛 티셔츠를 권했고 멋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쇼핑은 성공적이지요?"

"괜찮네" 남편이 한마디 한다.

남편은 말수가 적어서 인지 표현력이 부족해서인지, 매사에 "괜찮네"(긍정적) "별로야"(부정적) 두 마디로 표현한다.

난 그런 표현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안지만 , 그 사람 성격이니 이제 와서 어쩌겠나...

말은 잘 안 하면서도, 잠시만 내가 안 보이면 말없이 이방 저 방 찾아다닌다.

남편은 외출을 하면 습관적으로 늘 내 손부터 잡는다.

오십 년을 함께 살아온 나만이 느끼고, 품을 수 있다.


꽃집에 들러 우아한 연분홍색과 정렬적인 빨간색을 고민하다 고른 연분홍빛장미,

연분홍빛 장미꽃에, 가지마다 앙증맞은 꽃송이가 달려있는 안개꽃을 사이사이에 꼭꼭 꽂아 넣었다.

또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느끼고 싶어, 꽃 가운데 촛불도 밝히니 한층 화사하고 우아한 예쁜 장미꽃꽂이 완성!

완성된 꽃을 바라보니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진 느낌이 든다.

오늘의 식탁 위는 촛불을 안고 있는 장미꽃이 주인공인 듯 화려하다.

예쁘게 플레이팅 한 과일은 조연으로 밀려 있는 듯... '과일아,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

플레이팅 된 과일은 언제 봐도 내 기분을 환하게 한다.

한 조각 한 조각, 손끝에서 피어난 과일은 마음까지 달콤하게 만들어 준다.

과일 데코레이션을 좋아하게 된 것도 코로나로 갇혀 있던 시절, 나 스스로를 위한 취미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대접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사실은 과일 플레이팅을 익히며 스스로 얻는 내적인 만족감이 더 깊었다.

나라는 이름을 잠시 뒤로 밀어둔 채, 평생을 누구의 아내로, 엄마로 살며 사업에 파묻혀 바쁘게 하루하루를 채워 왔던 나!

책임져야 할 일들 앞에서 어깨는 항상 무거웠다.

한 계절이 찾아오기 전에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했고,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순간순간들 속에서, 묵직한 어깨의 무게에

익숙해하며 살았다

오랫동안 마음에 설렘도 잊고 살았던 나,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부터는 조금씩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나를 위해 하루에 작은 틈이라도 내어 새로운 것 들에 도전해 보려 노력한다.

화려한 장미꽃테이블 위에서 나는 다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본다.

남편도 와인잔을 꺼내며, "오늘은 어떤 와인을 마실까 "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에 시작은 "나에게 선물하는 장미꽃 와인 테이블"이었지만, 그 곁에는 언제나 남편이 앉아 있다.

오늘은 '수고한 우리 부부를 위한 장미꽃 핀 와인 테이블'로 하기로...

'오늘은 나를 위하여"를 강조했지만 요즘 우울해 보이는 남편에게 먼저 마음이 쓰이는 것은 또 뭘까?

오늘의 와인 한잔이, 요즘 유난히 말수가 줄고 우울해 보이는 남편에게 작은 기쁨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오십 년을 함께 사니,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한 사이, 눈빛 만으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에 와닿는다.

오늘도 남편과 마주 앉아 와인 잔을 부딪히며,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 만에 시간이 시작된다.



장미꽃과 촛불" 와인이 어우러진 따뜻한 장미꽃 핀 와인 테이블.



배 반쪽을 고운 결 따라 6조각으로 나눈다. (사과 한 개, 브로콜리조각도 준비한다)



배꽃을 피우려면 6쪽으로 자른 배의 옆면 씨 부분을 살짝 자른 후 세운다.



껍질을 벗긴 후, 양옆에 한쪽씩 위아래로 두쪽씩 접시에 올리면 균형 잡힌 배꽃의 시작이다.



사과 단면을 따라 조화롭게 12조각으로 나눈다 (배꽃에 브로콜리로 포인트를 줬다)



처럼 씨 부분을 살짝 다듬은 뒤 조각들을 하나하나 세워준다.



세워놓은 사과 조각을 배 옆에 살포시 얹어 꽃잎을 만든다.



남은 사과 여섯 조각을 더 얹어 포근한 과일꽃을 완성시킨다.



사과 껍질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껍질에 끝 부분만 조금 남기고 깎아준다.



사진처럼 사과 껍질을 가위로 잘라낸 뒤, 조각들을 접시에 올리면 다른 모습의 과일꽃이 피어난다.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브런치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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