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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케이준가리비해서 와인 한잔 할까요?

by sandra

오늘 저녁, 케이준가리비 해서 와인 한잔 할까요?"

기다렸다는 듯 "오케이" 남편이 대답한다.

미국 여행 때, 딸이 " 엄마 식탁에 비닐테이블보를 깔고 비닐장갑을 끼고 먹는 재미있는 식당이 있는데 한번 가 보실래요?"

예약시간에 맞추어 간 식당은 예상보다 컸고, 사람도 많았다.

비닐이 깔린 테이블 위에 갖가지 해물이 한가득 쏟아져 나왔고 , 비닐장갑을 끼고 손으로 먹으려니 좀 어색했지만,

어느새 매콤하고 풍미 깊은 맛에 끌려 재미까지 느껴졌다

딸은 우리가 불편 해할까 봐 신경을 썼지만 우린 낯선 식사 방식이 오히려 재미있었고, 처음 마주한 새로운 맛들도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음식에 중독성이 있는지 한국에 돌아와서도 맛과 향이 문득문득 생각난다고 했더니, 몇 가지 케이준양념을 보내 주었다.

한국에도 있지만, 엄마가 처음엔 잘 모르시니 보낸다며 레시피까지 보내왔다.

가끔 해물을 준비해 요리를 하는데,

오늘은 와인 테이블에 어울리도록, 케이준가리비를 좀 더 예쁘고, 먹기 좋게 내 스타일로 변형시켜 보았다.

쪄낸 가리비에 속살을 정성껏 분리한 후, 깊은 풍미의 케이준 양념으로 버무렸다

다시 가리비 껍데기 위에 조심스레 올려 담고 그 위에 재스민 밥을 작고 동그랗게 빚어 살며시 얹었다.

가리비와 케이준양념, 은은한 향의 재스민 밥의 어울림이, 조화로운 한입 요리로 완성됐다..

남편이 좋아하는 옥수수도 가리비와 함께 양념하여 접시에 얹었다.

와인 한 잔 곁들이기에 더없이 좋은 나만의 케이준가리비 저녁밥!

와인의 짝꿍 치즈, 플레이팅 된 과일, palmito(야자수 순) 도 준비하면 수수한 와인 테이블이 완성!

남편과 나는 알코올에 약해 콜라뱅으로 와인을 뽑아 병을 두어 번에 나눠 마신다

난 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예쁜 와인 테이블을 준비하는 즐겁고, 그런 분위기가 더 좋다

오늘도 남편과 함께 와인잔을 부딪히며 추억 여행의 문을 열어본다.

"오늘에 주제는 여행 다녔던 이야기"로, 딴 길로 새기 없기~~(남편이 평창동 얘기할까 봐...)

난 이집트가 최고였어!

"자기는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난 아직도 남편을 자기라고 호칭한다)

"여행은 다 좋지"

"제일 좋았던 한 곳만~" 아프리카 아니에요?"

아마 딸이 옆에 있었다면 , " 엄마, 또 우리 아빠 가스라이팅 시킨다" 했겠지?ㅎㅎ

이집트를 다녀온 지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 그때의 강렬함은 잊을 수 없다.

난 이집트가 왜 그토록 좋았는지 신이 나 기억에 조각들을 총 동원하여 이야기한다.

카이로에 고고학 박물관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수천 년 전의 역사가 펼쳐지는데 정말 숨이 멎는 듯했어요

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어린, 투탕카멘 황금마스크, 황금 관, 와!! 이집트 예술의 걸작답고요

왕과 왕비들의 미라와 각가지 찬란한 보물에 난 눈이 휘둥글해 졌어요

미라를 마주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하기도 했어요.

기원전 수 천 년 전, 그 시절에 접는 우산에, 마차라니...

세상에~, 발가락에도 반지를 끼고( 발가락 지라고 해야 하나?) 타임 슬립한 느낌이었어요

성경 말씀에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고 했는데,

카이로 박물관을 걸으면서 그 성경구절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말수 적은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아무래도 그 시절 이집트에는 정말 외계인이 산 것 같아"

이집트 가기 전, 사진으로 보던 스핑크스는 피라미드 바로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줄로 알았어요.

거리가 꽤 멀어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놀랐고 피라미드를 보면서 또 놀랐어요.

이집트에서의 여정은 매 순간이 감동과 놀라움에 연속이었어요

사람의 얼굴과 사자의 몸을 지닌 스핑크스는 이집트 문명의 수호자처럼 느껴졌고요.

스핑크스는 매일 아침 떠오르는 햇빛을 바라보며 , 피라미드와 이집트 왕들의 영혼을 지켜줄 수 있게 천문학적 계산 아래 만들어졌데요

특히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쿠푸왕의 대피라미트는 웅장함을 떠나 입이 벌어졌어요.

돌 한 개의 무게가 2 톤이 넘고 , 특히 큰 돌은 50톤이 넘는 것도 있다는데, 그 시절 어떻게 옮겨와 그렇게 정교하게 쌓아 올렸을까?

사막 한가운데 수 천년을 서있는 피라미드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기지 않았어요

피라미드의 비율에서 파이와 유사한 값이 발견되어 지금도 논쟁이라니...

"근데 당신 엉엉 운 이야기는 왜 안 해? 하며 놀린다

내가 살짝 고소 공포증이 있다.

피라미드 앞에서, 앉아 있는 낙타를 탔는데 얘가 앞으로 팍 숙였다 벌떡 일어서는데 , 무섭다는 생각도 들기 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리며 엉엉 울었다.

지금 생각해도 함께 간 지인들에게 부끄럽다.

"근데 난 이집트의 정교하고 신비스러운 유물을 생각하면 , 왜 외계인이 연상되지?"

남편의 말에 내가 거든다

"이해 돼요, 나도 때때로 외계인이? 그런 생각 들어요"

"나도 당신의 말에 다 공감하고 ,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

룩소르 신전에 늘어선 거대하고 섬세한 조각상들도 놀라울 정도로 웅장했지,

장소는 가물가물 하지만, 그 시절에 꾀배기 무늬 스커트 동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왕가의 계곡에서는 정말 무덤 속에서 무덤 속으로 미로처럼 얽힌 길을 다녔지?

하도 허리를 굽히고 다녔더니 허리가 아팠던 기억도 난다,

무덤 속의 화려한 채색의 벽화, 천장에 별 그림, 많은 신들과 파라오의 벽화,..

수천 년 전의 색채와 문향이 그렇게 선명하게 있을 수 있을까?

ㅎㅎ 또 외계인?

마지막 날 국가에서 관리하는 매장에 들러 그림 한 점, 상아코끼리 5마리 한 가족, 아이들 줄 이집트 문양 금목걸이를 사 갖고 돌아왔다

그때 내가 왜 큼직한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 목걸이를 안 샀을까!ㅎㅎ

이렇게 와인 잔을 부딪혀가며 우리 부부에 이집트여행 스토리는 계속 됐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도 제목 없는 집이 없다고 하는데...

난, 나이가 들수록 우울하고 소모적이며 마음을 무겁게 하는 대화는 가능한 한 멀리한다.

이젠 우리 부부 만의 단순하고 평온한 속도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산다.


케이준 가리비와 와인 한잔,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는 우리 부부 만의 작은 만찬
사과, 토마토, 브로클리,검정깨(사과꽃 가운데 포인트는집에 있는 소품으로 하고,검정깨 대신 초콜릿 조각으로도 예쁘게 된다)
사진처럼 칼집을 낸다.3~4번 정도(칼을 잘 갈아 몇 번하면 익숙해 진다)
(4번 칼집을 낸 후 하나씩 조심스럽게 뒤로 밀어 보내면 백조날개 완성)
(토마토 2쪽을 모두 백조 날개를 만든다. 백조 머리를 만들기 위해 가운데 부분를 칼로 도려낸다.)
카테일 픽이나 나무 이쑤시개를 이용해 두마리 백조를 연결 시킨후 검정깨로 눈을 표현하면 백조 완성
(사과 한개를 8등분 한 후 다시 측면으로 반 갈라 16쪽을 낸다 씨 부분을 자른후 꽃을 만들기 위해 세웠다)
(사과 한쪽 모서리에 각진 부분을 동글게 깍아준다)사과껍질을 싫어하는 사람은 끝 부분을 조금 남기고 껍질을 벗겨 장식해도 예쁘다)
(양쪽으로 한개 위 아래에 두쪽씩 놓으면 균형이 맞는다)
(6쪽 옆에 남은 6쪽을 얹는다) 집에 있는 브로클리조각으로 사과꽃 안에 포인트 주었다.

*토마토로 태어난 백조 한쌍이 사과 꽃 뒤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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