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조금씩 보내주기 위해서...
해가 천천히 기울어 하늘빛이 어둑해지기 시작하면, 열흘 전 하늘나라로 떠나간 오빠 생각이 더욱 짙어지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 밀려 올라온다.
해가 지면 마음이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무엇인가 하나둘 깨어나듯, 먹먹한 가슴을 쓰다듬는 손끝은 떨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벌떡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며 오빠에게 잘해주지 못한 기억의 골목을 헤매며 이리저리 서성인다.
나는 33년, 오빠는 50년.
이 두 숫자 안에는 그동안 겪어온 외로움, 적응, 버팀 같은 서로에 대한 묵직한 공감이 들어있다.
이민자들의 삶은 늘 덜 익은 열매 같았다.
익숙해질 만하면 또 낯설고 편해질 만하면 또 어긋난 채로 그렇게 반쯤 떠 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날이 많았다.
이방인처럼...
오빠는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사람,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은 마음의 언어가 같아 서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결이 다리처럼 연결되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오빠와 나는 어른이 된 후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도, 오빠가 떠난 지금 유난히 그리움은 더 깊고 애잔하고 아프다
오빠는 아들, 딸이 있는 미국에서 사셔도 될 텐데, 유독 한국에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한국에 머물며 한 달에 한두 번씩 형제들과 만나 그토록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단 3년밖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 지금도 마음 깊이 아쉽고 쓰라리다.
노스탤지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 따뜻함, 아픔이 동시에 밀려드는 감정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는데 마음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잘못한 것만 생각난다.
손을 뻗으면 금방 닿을 듯하지만 결국 다시는 닿을 수 없는 오빠와의 시간들...
지금에 나는 그 감정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오빠가 남긴 빈자리는 여전히 낯설고 아프지만 우리 오빠가 하늘에서 편안하길 바라며 ,
나는 오늘도 오빠에 대한 그리움을 어루만져본다.
오빠를 조금씩 보내주기 위해서...
*배 위로 피어난 꽃과 사과, 방울토마토가 서로를 감싸 안으며 색과 향을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