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바라보는 대로 느껴진다

같은 풍경, 다른 마음

by sandra

쇼파에 앉아 눈을 감으면 요즘 나는 유난히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바쁘게 흘러가던 하루가 멈추는 저녁이면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이야기들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도 그렇다.

연말에는 불빛 속에서 그렇게 화려하고 따뜻해 보이던 트리가 새해가 되자, 왠지 모르게 설렁하고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혼자 추위에 떠는 것 같아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마음은 정말 트리 때문일까 , 아니면 내 마음 때문일까.

11월이 되면 우리 집 현관은 작은 크리스마스 마을이 된다.

정다운 싼타부부가 있고, 빨간 포인세티아가 피어난다.

촛불 위로 따뜻한 불빛이 은은히 번지고 화려한 조명이 반짝인다.

그렇게 한계절을 함께 보낸 마을을 이제 정리하려 생각하니 괜히 마음 한편이 저려 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장식을 달고 동영상까지 찍으며 웃던 시간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계절이 바뀌는 것보다 마음이 먼저 바뀌어 버린 것 같아서 괜히 허전해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현관에 나가 말없이 트리를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밤에는 그 모습을 한 번 눈에 담은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리고 또 하나

두 달 전 세상을 떠난 오빠의 전화번호와 카카오톡을 이제는 정리해야 하겠다고 마음먹고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열었다.

목록을 넘기다 멈춘 사진 한 장, 손주와 나란히 똑같은 선글라스를 쓰고 찍은 오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아무 생각도 하기 전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덮어 버렸다.

두 달 전의 일이 가끔은 거짓말처럼 아련하게 느껴진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만큼 멀어진 기억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날 문득 작은 사진 하나, 익숙한 이름 하나,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에 툭 하고 마음속에서 튀어나온다.

아마도 그리움이란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우지 못한 전화번호처럼.

지우지 못한 카카오톡처럼

마음속 한 자리에 조용히 남아 있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모든 것은 결국 내가 바라보는 대로 내가 느끼는 대로 조용히 내 안에서 모양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빨간 실로 산타 부부의 모자를 짜서 씌워주고, 예쁜 새에게도 산타 모자를 얹어주며 혼자 즐거워했는데, 이제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되니 왠지 마음 한쪽이 허전해진다.

같은 장식인데 머무는 계절이 바뀌자 바라보는 마음도 함께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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