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한 독서모임의 시간

옳고 그름보다 공감을 배워 본 시간

by sandra


나비코치 11기생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독서모임을 가졌다

함께 읽은 책은 정혜신 작가의 " 당신이 옳다"였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낯섦과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모임 전부터 마음 한편이 살짝 불편했다.

어떤 분위기 일까, 내 생각을 제대로 전하며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따라왔다.

하지만 경험 있는 진행자의 차분하고 매끄러운 안내 덕분에 모임은 생각보다 부드럽게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각자 책을 읽으며 머문 문장과 마음에 남은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왜 그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는지 어떤 생각과 흔들림이 있었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서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귀 기울이는 분위기 속에서 말들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마음은 조금씩 열려갔다.

내가 나눈 이야기는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흔히 상대를 위한다는 이유를 들어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때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조평판은 바른말이고 바른말은 의외적으로 폭력적이다."

나는 그 지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웠다.

어디까지가 도움이 되는 말이고 어디부터가 상처가 되는 말일까,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문장은 "공감이 필요한 순간에는 온 체중을 다 싣는 공감 자여야 하지만 공감을 방해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마주 했을 때는 전사처럼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종래 공감에 도달할 수 있다. 그게 온전하고 입체적인 공감 자다.'

"공감자는 다정한 전사라야 한다"

상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되, 싸워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고통이라는 말, 공감과 충조평판의 경계, 다정함과 전사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꼈다.

나는 그 둘을 구분하는 일이 아직은 많이 어렵다고 말했다.

'호흡이 가빠 산소 호흡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양념치킨을 시켜준다면 고마운 일도 아니고 도움이 될 리도 없다'

오빠가 병원해 있을 당시 간병인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겨던 일을 떠올려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상대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채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급한 생각에 앞장서서 충고와 판단을 섞어가며 해결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그것은 공감이라기보다는 충조평판에 가까운 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참여한 독서모임이어서 내가 전하고자 한 마음과 다소 서툰 말하기 방식이 과연 온전히 전달되었을지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

언어는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오래 머문 곳의 말이 먼저 흘러나오기도 한다.

30년이 넘는 외국 생활 속에서 몸에 밴 포르투갈어가 불쑥 앞서 나올까, 혹은 30년 전의 오래된 단어들이 불쑥 나올까 하는 긴장 속에서 말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오늘은 많이 어설프고 힘들었지만 이제 그 연습을 막 시작한 느낌이다.



*남편과 마주 앉아 나누는 소박한 브런치*

꽃처럼 담은 과일과 따뜻한 커피 한잔이면, 오래 함께해 온 시간도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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