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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Nov 16. 2023

비즈니스 미팅 시 화내면 지는 겁니다

비즈니스는 아무래도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 미팅을 하다 보면 이견도 생기고 화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유럽 (서양)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모두 나열한 후 협의를 거쳐 타협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저와 같은 동양 사람들은 이와 같은 이기적인 접근법이 너무 일방적이고 속된 말로 X가지가 없다고 생각, 감정선을 건드려 힘든 미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서양 사람들의 성향을 알기에 화가 나더라도 참을 인자를 마음속으로 새기며 회의에 임하곤 하는데 가끔 상대방이 필요이상으로 흥분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 업체의 사무실에서 미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업체 사장님이 저에게 무척 화를 내신적이 있었습니다. 저보다 훨씬 손위이신 분인데 항상 점잖으시고 저와 수년간 우호관계를 맺고 있었던 터라 그렇게 화를 내시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저희 공급분에 문제가 있어 보상을 협의하는 미팅이었기에 심기가 불편하실 수는 있었지만 그 정도 화를 내실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 좀 의아하고 저도 기분이 좀 상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그 미팅에 참석했던 다른 분이 저에게 달려오시더니 대신 사과를 하더군요. 아마 사장님 심기가 그날 유별나게 불편하셨던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니 어제 화낸 사장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내용은 "어제 자기가 이성을 잃은 것 같다. 정말로 미안하다"는 사과 이메일이었습니다. 보낸 시간이 새벽 6시를 갓 넘은걸 보니 밤새 후회하고 고민하시다 보내신 것 같습니다. "맞은 놈은 발뻣고 편히 자지만 때린 놈은 편히 못 잔다"라는 옛말을 떠올렸습니다.  


또 한 번은 네덜란드 업체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서로 언쟁을 부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업체도 저희의 주요 거래선이어서 제가 농담으로 집사람에게는 그 업체 담당자를 "큰 형님"이라 부르곤 했습니다. 실제로는 저보다 어린 친군데 외국 배우 칼 어번 (Karl Urban)과 상당히 닮았고 중저음의 목소리도 비슷한, 상당히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시어 평소와 달리 예민한 상태였고 저도 계속된 클레임에 지쳐있어 전화상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언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언쟁 후 찝찝하게 전화를 끊고 나니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다음날 곧바로 그 업체를 방문, 사과와 함께 점심을 대접하여 꼬인 마음을 풀었습니다. 그 당시 느낀 점은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언쟁을 부릴 수도, 싸울 수도 있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해 가급적 빨리 화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입니다. 만일 그 당시 빨리 화해를 하지 않았다면 서로 썰렁한 관계가 지속되어 비즈니스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지금도 이 잘생긴 큰 형님 (?) 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주에도 만났습니다. 이번 겨울에 세 아들들과 스키 여행을 갈 것인데 작년에는 큰 아들이 자기를 따라잡았다며 올해는 분발해야겠다 하더군요. 참고로 이분은 5살 때부터 스키를 배웠고 나이가 든 지금도 블랙 슬로프를 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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