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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Nov 10. 2023

담당이 바뀌니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

예전에 수년간 노력해도 계약을 못했는데 구매 담당자가 바뀌자마자 계약을 성사시켰던 아일랜드 회사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담당자에 따라 업무형태나 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뮌헨에서 약 1시간 반 거리에 거래처가 있었습니다. 이 업체의 구매 담당은 수십 년간 회사에 몸담으신 분이었는데 운 좋게도 저와 호흡이 맞아 쉽게 거래를 틀 수 있었고 지속적으로 Major supplier 자리를 누렸습니다  그분은 타 업체와 비슷한 조건이면 저희 제품을 구매해 주셨고, 계약을 위해 개선이 필요할 경우에는 미리 계약 가능 조건을 귀띔해 줄 정도로 저의 충성 고객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이분과 수월하게 비즈니스를 즐겼지만 결국 이분이 은퇴하시게 되고 새로운 구매 담당자가 왔습니다. 신규 담당자는 40대의 여자분이었는데 첫인상을 보니 몸집도 후덕하시고 말씀도 부드러워 이분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의 명함을 받고서는 다가올 미래가 만만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명함에 독일어 이외에 중국어로도 직책이 명기가 되어 있었고 하물며 중국 이름도 있었습니다. 이분은 Angela라는 독일인인데 명함에는 독일 이름 옆에 安格拉라고 중국식 이름도 적혀 있었습니다.  이는 그분이 중국과 거래관계가 많다는 것은 물론, 친 중국성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고 가뜩이나 중국산과 경쟁해야 했던 저로서는 고난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암시였습니다. 


우려하는 바가 현실로 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그 여자분이 구매를 맡은 이후 단 한 톨도 계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Major supplier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저가 중국산 제품과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0"이었습니다.  영업은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한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던 저는 수차례 방문하여 거래를 재개하려 하였습니다만 역시 결과는 "0"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회사를 방문하려면 뮌헨까지 비행기로 가서 자동차를 렌트하여 1시간 30분 정도 달려야 하는, 즉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운 방문인데 방문할 때마다 그분은 저와의 미팅 시간을 30분 이상 할애하지 않더군요. 이후 이 회사가 아예 중국에 구매를 위한 사무소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 이상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판단, 저는 이 회사를 포기했습니다. 


과거 구매 담당자 시절에는 Major supplier 로서의 입지를 즐기다가 담당자가 바뀌니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현실이 서글퍼졌습니다. 더 서글픈 것은 비단 이 고객사뿐만 아니고 다른 고객들도 점점 중국산 제품 구매를 확대하는 것이고 이런 현상은 비록 저희 제품뿐만 아니고 다른 한국산 제품들도 함께 겪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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