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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Nov 08. 2023

수십년지기 물류회사와의 결별 Oostvogels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격 경쟁력, 안정적인 품질등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서비스 이외에 중요한 것이 물류 서비스입니다. 저의 경우 물류 서비스란, 제품이 컨테이너에 실려 유럽에 도착한 다음부터 소비자까지 제품이 공급되기까지입니다. 즉 통관을 한 후 창고에 이송시켜 보관하다가 거래처의 요청일에 배송하는 일련의 작업인데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거래처가 필요할 때 제때 공급하지 못하거나, 제품 보관이 잘못되어 하자 제품을 공급한다면 그 거래처는 다음에는 다른 공급처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네덜란드 남부 도시 Breda에 위치한 Oostvogels라는 물류회사와 20년 넘게 거래를 했는데 Oostvogels는 이 회사 사장이름입니다. 이분은 은퇴 후에도 열정적으로 일을 하셨는데 제가 창고를 방문할 때마다 직접 지게차를 운전, 현장 지휘를 하며 저에게는 농담으로 "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라며 껄껄 웃으시곤 했습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은 유연성이었습니다. 한 번은 어느 겨울 액상 

제품을 들여왔는데 마침 그때 역대급 한파가 몰아쳐 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온도가 떨어지자 액상제품이 응고되기 시작, 컨테이너 내 탱크에서 굳어 버려 하역을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마침 저는 그때 연말휴가차 한국에 체류 중이었는데 창고에서 계속 전화로 제품 응고 상황을 업데이트하며 해결 방법을 논의했지만 저도 마땅한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 자체적으로 탱크 내 제품에 물을 첨가하여 점도를 낮춰 하역을 했고 저장 탱크에도 열선을 감아 제품이 응고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할 수 있게 조처했습니다.  물을 첨가하여 농도가 낮아진 제품은 물 첨가량을 거래처에 알려 주어 사용에 참고하도록 했고 (원료로 사용했기에 문제가 없었음) 배송도 열선이 구비된 사일로 트럭을 사용하여 약 1주일 지속된 한파에도 거래처가 제품을 받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습니다. 이 방법은 이후 유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이 되었습니다.  


사장님 은퇴 후 따님이 회사를 운영했는데 상당한 미인이었습니다. 젊었을 때 일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적도 있었고 이후 연애도 여러 번 해봤지만 결혼은 싫고 애는 가지고 싶어 정자를 기증받아 귀여운 아들을 낳아 행복한 생활을 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유럽 물류 회사들의 통폐합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보다 규모가 큰 다국적 물류회사에 합병되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주인이 된 회사는 인간관계 및 서비스보다는 돈만 밝혀 비용은 증가하고 서비스는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예전부터 근무했던 직원들을 차별, 하대하기 시작해 경험과 능력이 있는 직원들이 이탈하기 시작, 서비스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서비스에 대해 사과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아 결국 고객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고 저도 주인이 바뀐 후 1년 정도 참고 지켜보다가 결국 전격적으로 물류회사를 옮기고 말았습니다. 


그제야 위기를 인식한 듯 Management를 바꾸고 요율도 낮추는 등 부산을 떨었고 과거 저와 친했던 오래된 물류직원까지 동원하여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더군요.  이 친구는 전 사장님의 총애를 받았던, 거의 25년간 근무한 물류 전문가인데 회사 주인이 바뀌자 홀대를 받아 이직까지 심각하게 고려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신들이 급해지자 자신들이 홀대한 친구를 내세워 회유를 하는 것 자체가 비위가 상했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당신을 여전히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전혀 나쁜 감정은 없다. 하지만 고객을 만드는 것은 오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를 잃는 것은 순간이다"라는 모진 말로 더 이상 이 회사를 이용할 마음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과거 사장님이 지게차를 직접 모시며  "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라고 껄껄 웃으셨던 그 시절의 Oostvogels 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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