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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un 10. 2024

유럽법인을 방문했던 CEO님들

다수의 해외 법인에서 오랜 기간 주재원 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본사 CEO 님들을 맞이했었습니다. 본사의 VIP 가 오시면 해외 법인은 비상에 들어가는데 저는 운이 좋아서인지 방문하신 분들이 대부분 편안하게 해 주셔서 큰 무리 없이 일정을 수행했습니다.


한 번은 회사 차원에서 큰 소송이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있었는데 다행히 최종 승소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저희 변호사의 역할도 커서 본사 CEO님이 손수 네덜란드로 오셔서 저녁을 대접하며 변호사의 공을 치하해 주시고 다음날 돌아가셨는데 공항에 가기까지 반나절 정도 여유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애매한 시간을 어떻게 메꿀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CEO님이 고흐 박물관 관람제안하셨고 거기에서 약 4시간을 꼬박 감상하시더군요.  보통 손님 들을 박물관에 모시고 가면 약 1시간 정도 관람하시고 증을 느끼시는 경우가 많았은데 이날 그 CEO님의 예술 사랑에 살짝 감동했습니다. 아니면 저희를 위해 지루함을 꾹 참고 반나절을 거기서 때우신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렇다면 더더욱 감동입니다.


또 다른 CEO 님은 저희 사무실을 방문하셨는데 당시 해외법인의 사무실은 본사에 비해 근무환경이 좋았습니다. 일인당 작업 공간이 본사에 비해 월등히 넓고 사무기기도 세련되어 CEO 님이 저희가 너무 사치스럽게 근무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사무실 가구들이 좀 오래되지 않았냐, 좀 잘해놓고 일해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분이 지사 근무환경이 본사에 비해 좋다는 것을 모를 리 없으셨을 텐데 저희의 이런 걱정을 미리 헤아려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분의 따뜻한 배려가 감사합니다.


이후 제가 다른 회사로 이직한 후 그 회사의 CEO 가 방문하셨는데 이분은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셨습니다.  그분을 저희 제품들이 보관된 창고로 모셨는데 제가 창고 측에게 VIP가 오시니 잘 모시라고 미리 부탁을 해서 그런지 창고 측은 아주 정중하게 회사 소개를 한 것은 물론,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시면서 회장님은 "우리가 저 창고에 얼마나 돈을 썼으면 이렇게 비싼 식사를 우리에게 대접했을까"하시며 그들의 호의를 색안경을 쓰며 보셔 저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물론 저희가 그 창고에게 비용은 지불하지만 그 비용 이상으로 적절한 용역 및 도움을 받았었는데, 호의를 순수히 호의로 받아 드릴 수 있는 아량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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