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접대 문화가 빈약합니다. 지나친 접대문화 때문에 빈번히 생기는 폐단을 생각하면 빈약하다기보다는 실용적인 접대 문화라 하는 게 맞겠네요. 거래처를 방문할 때는 가급적이면 식사 시간을 피하고, 일정상 부득이 함께 식사를 해야 할 경우에는 누가 식사값을 지불할 것인지 식사 전에 분명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어가 갑, 판매자가 을인 경우가 많아 식사를 할 경우 당연히 판매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은 방문객을 대접하는 경우가 일상입니다. 즉 판매자가 바이어를 방문하여 식사를 할 경우에는 바이어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바이어가 식사값을 내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정서에 의거하여 판매자가 돈을 내겠다고 우기면 오히려 결례일 수 있으니 이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물론 정식으로 접대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고급 음식을 대접하고 필요에 따라 좋은 와인을 주문하면 상대방이 자기를 많이 배려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하니 접대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와인을 잘 알고 좋아하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한 접대를 원하면 와인 선택에 신경을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접대는 이렇게 1차로 끝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경우 2차로 바에 가서 한잔 더하는 정도가 제 경험상 일반적인 유럽의 접대문화입니다. 간혹 골프 접대도 있지만 이는 정말로 서로 골프광일 때나 가능한 일로서 상당히 드문 케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많이 없어졌지만 2차, 3차 룸살롱 접대는 상상할 수 없는데, 일단 유럽에서는 이런 술집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간혹 예외는 있지만 이는 아주 제한적입니다)
제가 받은 최고의 접대는 제 고객 (바이어)을 방문한 프랑스 파리였습니다. 이 친구를 낮에 방문하고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이 친구가 하루종일 오늘 정말 멋진 경험을 할 거라고 수십 번을 떠들더군요. 유럽의 접대문화를 뻔히 아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바람을 잡는지 의아해했는데 알고 보니 리도쇼에 초대하더군요. 리도쇼는 상제리제 거리에 위치한 전용 극장에서 음악 및 마술을 곁들인 쇼를 보며 저녁을 먹는 프로그램인데 물랭루주 쇼와 함께 유명한 프랑스 전통쇼입니다. 원래 가격이 만만치 않은 쇼인데 거래처가 잡아준 좌석까지 가격이 비싼 상석이라 이 고객이 얼마나 저를 배려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날 수준 높은 쇼와 맛있는 음식, 와인을 마음껏 즐겼으며 지금은 이 거래선과의 관계는 끊어졌지만 그날 저녁은 제가 유럽에서 받은 최고의 접대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