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료업무를 했을 때 주요 경쟁업체 중 하나가 미국업체였습니다. 이 미국 회사의 유럽지사에서 Sales director로 근무하던 네덜란드분과 친분, 아니 친분이라기보다는 경쟁업체로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경쟁업체끼리 어울리는 것은 담합, 반독점 위배등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회사들, 특히 미국, 유럽 회사들은 회사차원에서 경쟁업체와 필요 이상으로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명함교환까지도 금지하고 있는 회사도 꽤 있습니다.
저는 이 Sales director와 시황에 대해서 논의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며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업체의 재고가 바닥이나 자신의 고객과의 계약 미이행 위기가 있을 경우, 저희 제품을 빌려 주기도 하고 또 반대로 이분이 저를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행위들은 합법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분이 미국회사의 유럽지사를 그만두고 또 다른 경쟁업체인 중국업체의 유럽 법인의 Sales director로 이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그 당시 미국회사 내부에서 알력이 있었다는 애기는 들었지만 그 알력이 중국업체로 이직을 선택할 만큼 심각한 것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 중국업체는 유럽에 법인 설립 후 판매망 구축을 위해 매력적인 조건으로 (현재 받는 연봉의 약 2배 수준 제안 등) 경험자를 구인했지만 중국회사들의 잦은 말바꿈, 낮은 신뢰성들은 이미 유럽에 유명했기 때문에 선뜻 취직을 하겠다는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상당한 지명도가 있는 이분의 중국회사로의 이직은 당시 시장에 소소한 파장을 일으켰으며 엄청난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분이 그 중국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구직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이 저에게도 직접 연락을 해 현재 구직 중이며 좋은 자리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중국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회사가 이분의 경험 및 네트워크를 최대한 이용하고 자기네 사람을 (중국인) 그 자리에 앉혔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중국 회사의 낮은 신뢰성과 빈번한 배신 행위를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 되었습니다.
과거 리더십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코치님이 "네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라며 웬만하면 직장을 옮기지 말고 현 직장에서 커리어를 완성하라 하셨는데 중국회사에게 버림받은 그분도 원래 근무했던 미국 회사에서 좀 참고 견뎠으면 보다 좋은 일이 있지 않았을까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