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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에서는 "No" 도 Answer입니다

by 오로라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유럽의 거래처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유럽 지사에서 관리해야 하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규모도 커서 지사가 양보,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 거래처에서 최근 문제가 발생했으며 본사는 이의 해결을 저희 지사에게 부탁해 왔습니다.


막상 문제가 발생하니 지사에게 해결을 부탁하는 모양새가 탐탁지 않았지만 어차피 같은 회사고 유럽 현지에서 소통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아 현 이슈에 개입, 문제 발생 원인부터 찾아보았습니다. 양사 (본사와 유럽 거래처)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동안 오간 서신들을 종합해 보니 불확실한 소통이 원인이었습니다.


초기에 거래처가 좀 무리한 요구를 했는데 당시 이를 단호히 거절했어야 했는데 본사는 "안 돼요" 대신 "고려해 보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더군요. 물론 거절하기 힘들어하는 동양적 사고방식이 작용했겠지만 우리가 No 대신 Consider로 답한 것을 거래처는 Yes로 받아들인 것이었습니다. 이후 수차례 이를 정정할 기회가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일이 진전되어 점점 No 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더군요.


이제 거래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본사에 대해 감정이 상해 있고, 본사도 애초에 무리한 요구를 한 거래처가 나쁘다고 감정이 상해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감정까지 개입한 상황에서 저희 지사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되었고 더 이상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직 문제는 진행중인데 "결자해지"차원에서 본사가 해결하라고 공을 건네줄 생각입니다. 물론 일이 이렇게 악화된 배경 설명은 해 주어야겠지요.


그동안 유럽 거래선들과 협의 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 저희가 수용할 수 없으면 No라고 하고 절충안을 찾으면 되는데 우리는 덮어 놓고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느냐? 무례한 놈들이다"라는 반응을 하며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으로 대응하여 될 일도 그르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유럽인들 관점에서는 "No" 도 분명한 대답인데 No 하기를 꺼리는 우리나라 습성 때문인지 대답을 지연시켜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비즈니스 언어는 Clear 해야 하며 정확한 의미가 전달된 것 같지 않으면 다시 Clear 한 입장을 주지시켜 주어야 이후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제 후배들에게 지금도 "Yes" 나 "No" 나 둘 다 Answer이니,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No answer 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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