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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크인 Jan 16. 2021

1분 자기소개를 로보트처럼 말하고 있는 당신에게


면접 준비를 위해 일정 스크립트를 준비해서 외워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코칭하는 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스크립트를 만들어 암기해야 한다는 분들은 본인이 어필할 주요 역량 및 경험에 대해서는 여러번 말하고 정리하면서 입에 붙혀 두어야 긴장된 현장에서도 정제된 언어로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대하시는 분들은 외운 스크립트를 중간에  까먹으면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니 스크립트 암기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둘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니 정답이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 경험이나, 교육했던 효과로 봐도 스크립트 암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교하게 스크립트를 만들고 암기시킵니다. 유재석이 아닌 우리 같은 범인들은 면접 현장에서 순발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스크립트 정리 과정 역시 역량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다듬을 주기 때문에 면접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질문의 핀트가 변경될 때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하게 훈련을 시켜서 스크립트 암기에 반대하시는 분들 논리에 대비해서도 준비 시킵니다.



스크립트를 암기 할 때, 가장 큰 문제가 텍스트를 달달 외운듯한 기계적이고 딱딱한 모습입니다. 그런 느낌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말하는 태도 때문은 아닙니다. 텍스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글을 쓸 때 글쓰기 입문자에게 주로 권유하는 방법이 '말하듯이 쓰기'입니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주로 권하는 충고입니다.


자기소개서를 한 줄, 한 줄 진도 나가기 너무 어려워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방법을 씁니다. 저랑 편안히 대화를 하고 그 내용을 글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보통은 쓰기 보다는 말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잘 쓰려는 부담을 줄이고, 우선 말로 내용을 풀어 보면 공들여 한문장씩 생각하는 것 보다는 훨씬 진척이 빠릅니다. 그 다음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우선, 조사나 동사 등을 적합하게 바꿉니다. 문장 구조도 변경하면서 격식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야 정제된 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말로 바꿀 때는 반대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1분 자기소개를 포함해 면접 시 받을 주요 질문들에 대한 답변 스크립트를 만들 때는, 보통 이미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합니다. 자기소개서에 기술한 역량을 어필하고, 그 안의 에피소드를 활용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서 중요한 작업을 빼먹습니다. 바로 글을 말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 시 구어체를 문어체로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문어체를 구어체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보통 문어체를 '글말'이라 하고, 문어체를 '입말'이라고 합니다. 글말과 입말은 전혀 다릅니다. 입말은 글말보다 훨씬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듣고 바로바로 이해되야 합니다. 글은 이해가 되지 않으면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을 수 있지만, 말은 소리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한자어를 포함해 자기소개서에서 멋있어 보이기 위해 썼던 단어를 썼다면 쉬운 단어로 풀어 써야 합니다. 문장 구조도 간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즉각적으로 이해됩니다. 특히, 자기소개서에서 길게 늘여쓴 문장을 짧게 줄여야 합니다.




예시1)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진 못했지만, 3년여의 수험기간 동안 습득한 지식은 기업은행에 입행 후 누구보다 업무 적응력을 높여줄 것이고, 회계, 재무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기업금융 업무 시 이론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길게 늘여진 글은 짧게 짧게 끊어서 말합니다. 글에서는 부사나 접속사를 줄이라고 하지만, 말할 때는 적절히 넣는 것이 생동감 있어 보입니다.


▶애초 계획한 대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3년의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습득한 회계와 재무 지식은 기업금융 업무 시 업무 적응력과 이해도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예시2) 저는 책임감이란 ~~라고 생각합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평소에 '이란' 단어를 말해 본적이 있는지. 보통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저에게 책임감은 ~~입니다.

저는 책임감이 ~~라고 생각합니다.




예시3)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전형적인 구어체 표현입니다. 이렇게 표현해야 더 '말'에 가까워집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예시4)~~를 깨닫게 되었고, 이에 한계를 느낀 저는...


이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아무리 자연스러운 톤으로 말해도 텍스트를 외우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이렇게 바꿉시다.

~~를 깨달았습니다. 사실 그때 한계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예시5) 그 결과 저희는


마찬가지입니다. 로보트가 아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저희는




예시6) 이런 경험을 통하여


'통하다'는 외자 한자말을 주로 쓰는 일본식 표현의 잔재로 글에서 주로 쓰는 표현입니다.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바꿉니다.

이런 경험들이, 이런 경험들로




말을 하는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들을 때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말이 가지는 즉흥성 때문에 면접관 입장에서도 집중을 하지 않으면 면접자의 말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갑니다. 특히, 꼬리질문처럼 면접관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한 부분에 대한 답이 아니라, 1분 자기소개처럼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면접관에게 큰 에너지 없이 잘 들리고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입말로 자연스럽게 정리한 스크립트를 수십번 연습해야 합니다. 자꾸 연습하다 보면 억양도 가미할 수 있습니다. 부각할 부분은 강하게 말하면서 톤을 살립니다. 말의 높고 낮음이 있어야 들을 때 지루하지 않습니다. 듣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야 의미 있는 이야기가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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