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하는 실수, 알고 하는 실수

나의 이야기 01

by 까망콩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밥 준비를 시작했다.


밥을 준비하며


'오늘은 세탁기를 두 번 돌려야 하지?

밥 먹고 나서 바로 건조기에

옷을 말려야 이불빨래도 할 수 있으니

계란을 올려놓고 얼른

세탁기 헹굼을 해야지'라고 되뇌며

잽싸게 세탁실에 가서

세탁기 버튼을 눌렀다.


세탁기 버튼을 누르며 세탁기 위에

어제 끓여둔 국냄비를 봤다.

밤사이 상할까 싶어

올려놓은 국냄비를 보고서는


'아래로 치워야지,

안 그러면 아 생각도 하기 싫다'

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프라이팬에 올려놓은 계란이 탈까 봐

후다닥 부엌으로 향했다.

계란을 뒤집 고선

응가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둘째 아이 기저귀를 봐주고서는

세탁기 위에 국냄비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밥을 다 차리고 밥 한 숟가락을 뜨려는데

세탁실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

뜨악

소리가 나는 동시에 알아차렸다.

탈수가 되면서 덜덜 대는 세탁기 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던 국냄비가

바닥으로 떨어진 처참한 상황을..


와 이건 정말 명백한 내 잘못이다.

누구탓 할 여지가 전혀 없는 내 잘못

큰 일은 아니지만 살면서

별것 아닌데 굉장히 짜증 나고

내가 싫어지는 순간.


열어놓은 싱크대 서랍장에

머리를 박았을 때나,

의자 모서리에 발가락 찧는 느낌이랄까?

모르고 한 실수 같지만

꼭 박는 사람이 계속 박고

찧는 사람이 계속 찧는다.


국냄비를 내려놓는데 걸리는 시간

길어야 3초

내려놓고 계란을 뒤집었어도 되는데

그 순간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쳐버린

알고 하는 실수

뭘 너무 정신없으니 그럴 수 있지 않나

할 수도 있지만

나만 알고 있는 이상한 습관이라고

한다면 말은 달라진다.


비슷한 예로

뚜껑을 잘 안 닫는 이상한 습관 때문에

남편에게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너무 이상한 습관이라 고치려고

자주 생각하는데 꼭 닫다가 끝까지

안 닫고 말아 버린다.

그러고선 제대로 안 닫은 뚜껑 때문에

병이나 그릇을 놓치기 일수다.

그럴 때마다 끝까지 닫지 않을걸

후회하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건 생활 속의 작은 이야기지만

생각해보면 사는 게 그렇다.

사람들은 모르고 많은 실수를 한다.

모르고 하는 잦은 실수를 깨닫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알고 하는 실수가 되고

알고 하는 실수로

뭔가를 자꾸 잃거나 문제가 생기다 보면

그 부분들을 바꾸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알고 하는 실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간 나도 뚜껑을 꼭 닫는 날이 올 거라

믿으며 그적 그적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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