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니까 좋아?

아내의 이야기 01

by 까망콩

결혼 6년 차,

진하게 우린 곰탕처럼 진득해질 만한

결혼기간은 아니고,

신혼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시들시들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달달함은 사라졌고

대~충 볼 꼴 못 볼 꼴 다 본

눈빛만 마주쳐도

속마음을 알 정도는 아니지만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아는 정도의 부부 사이다.


내 나이 스물일곱 살

통상적인 결혼 적령기가

서른다섯 살 정도라고 하니

나는 조금은 이른 시작을 한셈이고

주변엔 아직도 미혼인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지금도 종종 듣는 질문이다.


"결혼하니까 좋아?"


난 망설임 없이 대답해준다.


"응, 좋다. 꼭 해라 결혼"


노파심에 말하지만 남편이 나를 엄청나게 사랑해주거나, 누가 봐도 부러울만한

대우를 받거나 하진 않는다.

아마 이런 내 대답의 가장 큰 이유는 결혼 전 나의 상황 때문 일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도 아니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꼭 누가 옆에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왜?

좀 어이없지만 나는 겁이 좀 심하게 많다.


어느 정도 냐하면

나는 20대가 되어 원하지 않는 억지 독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혼자 사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방 불을 끄고 자지 못했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잡한 가정환경 때문에 일찍부터

부모님의 보호를 받지 못했었고,

그 시간들을 보내며 위험한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냥 덤덤히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일들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서인지

밤이 됐을 때 공포감은

꽤나 나를 괴롭게 했었다.


지금의 내 남편을 만났을 때가 딱 그때였다.

옆구리가 외로운 건 아니지만

마음의 안정이 간절했던 그때

물론 아무리 누군가가

필요로 했다 하더라고

아무 하고나 할 수 없고,

절대 해서도 안 되는 게 결혼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고 대화도 기가 막히게 잘 통했다.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그 흔한 결혼 준비 도중 다툼, 양가 부모님 문제, 집 문제 등등) 작은 것 하나

걸리는 것 없이 그야말로 물 흐르듯이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평생을 다른 생각,

다른 생활패턴으로 살아오던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은

꽤 어렵고 진저리 쳐지게

화가 나는 순간들도 온다.

그 부분을 조율하는 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냥 살기도 힘든데

그만큼의 체력소모를 하면서까지

결혼을 왜 해야 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결혼 후

잠을 편하게 잘 자게 되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불안감도 없어졌다.

결혼이라는 건 모양만 다를 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족하고 불안정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손에 안 닿는 부분을

대신 시원하게 긁어주고,

맥주 한잔 하며

좋아하는 영화를 공유할 수 있는,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베스트 프렌드가

생기는 것은 꽤 멋지고

즐거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