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원 알바를 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과외, 조교 알바 등 나름 돈을 끊임없이 꾸준히 벌어왔다. 벌써 일자리가 바뀐 지도 4번째이다. 21살이 되고 올해 처음 알바라는 걸 시작했는데, 정말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걸 하루하루 느낀다. 아무래도 내가 하던 게 공부다 보니 공부 가르치는 일에 계속 종사하게 되는 거 같은데... 교육 업계도 정말 천차만별이구나 싶다. 나는 어느 집단에서는 못해도 중상위권에는 들던 학생이고, 최하위/하위권의 삶은 살아본 적이 없다. 근데 이 점이 교육에 있어서는 장애물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엄마랑 정말 깊은 대화를 나눴다. 학원 알바를 다녀와서 요즘 자꾸만 현타가 온다. 학생들에게 내가 해주는 것이 없다고 느껴지고, 이렇게 해서 학생들이 대체 어떻게 성적 향상이 되겠냐 싶은 생각만 든다. 나보다도, 학원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학부모들과 학생이 이 학원의 겉보기에만 체계적인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나에게 엄마는 가끔은 눈 감고 덮어두고 사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느낀 점, 양질의 강사만 있다고 양질의 학생들이 알아서 나오는 게 아니다. 양질의 강사가 있더라도 그걸 받아먹을 학생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양질의, 적어도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을 대상으로 양질의 강사가 쓰여야 한다는 걸 이 학원 알바를 하면서 느끼고 있다. 정말 기초도 안되어있는 학생들이 많다. 독해를 뒤죽박죽으로 하는 학생에게 영어 독해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싶다. 그런데 나와 학생에게 주어진 시간은 15분뿐이다. 주어진 과제를 시간 내에 끝내기에 급급하다. 근본적인 학습의 본질을 다잡아주기엔 역부족이다. 매니저가 나에게 학생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애초에 그 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확인하는 것만이 내 업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과연 이 학원 시스템에서 얻어갈 게 무엇인지 자꾸만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과목들을 맡아야 하는 학원 시스템도 정말... 기괴하게 느껴진다. 모르겠다. 내가 너무 정직하고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돈만 받으면 되는 사람이 아니다. 돈을 받으려고 일하는 것이 당연히 맞지만, 나는 내가 시간을 쏟는 일이 나에게도, 그 대상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그게 아니어서 자꾸만 가치관에 충돌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엄마한테 했더니, 엄마가 이런 경험도 다 경험이라면서, 벌써 이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한 단계 성장하는 거라고, 덧붙여 가정사까지(이런 것까지 내가 알아도 되나? 싶은 얘기들까지) 털어놓으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함께 했다. ㅎㅎ 그렇지만 결국은 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의구심이 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학원 시스템이 그럴지라도, 내가 그 안에서 학생들한테 도움을 줄 구멍을 찾으면 된다. 결국엔 내가 부족해서, 융통성이 부족해서, 이런 고민이 드는 거 같다.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 “열심히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1년의 삶을 살면서 어떤 사람은 한 번에 쉽게 본질, 핵심을 뚫어내는 반면, 나는 정말 열심히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향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런데 결국 사회에서 열심히 사는 건, 그 과정은 결코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런 나조차도 열심히 사는 사람보다 잘하는 사람이 더 좋다. 그런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나는 선천적으로 그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남이 ’이거 해‘ 라고 무언가를 시킨다면 난 그 일에 매진하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 내가 알아서 옳은 길을 찾아서 달려보라고 한다면, 자신이 없다. 방향을 정해준다면 그 후의 일은 쉽지만, 옳은 방향을 알아서 찾아내는 일이 너무 힘들다. 그런데 인생은 후자를 잘하는 사람이 부와 명예, 인맥 등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ㅜ.ㅜ
알바 갓다와서 엄마랑 이런 저런 진지한 대화를 나눴당 .. ㅎㅎ 타고난 내 능력이 부족하다면 나에게 닥친 어려움을 덮어두고 회피하지 않고(난 엄청난 회피형 인간이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내 모습이자 가장 고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마주하고, 어떻게 상황을 진전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재능은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그래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