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피업셋, 투마카세, 종신두산을 선언한 선수의 이적 등 2024년 두산베어스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이다. 신인왕 마무리 투수를 발굴해 냈고 고질적인 약점이던 왼손 불펜투수를 찾았음에도 가을야구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2경기 연속 무득점을 파훼하기 위해 타력보강을 위한 트레이드도 진행했다. 구단주는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야자키를 찾아 4,5위 하려고 야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승엽 감독의 재계약이 걸린 시즌 이러한 '메시지'에 응답할 수 있을까.
라인업별 분석
1번 정수빈
정수빈의 1번 기용은 사실 고육지책이다. 현재 KBO 대부분 구단의 1번 타자 출루율은 4할 정도 된다. 홍창기(LG), 김지찬(삼성), 박민우(NC), 김민혁(KT) 같은 출루율 4할이 넘는 유형의 타자가 두산에는 없기 때문에 주력이 있는 선수 중에는 가장 출루율이 높은(. 376) 선수인 정수빈을 기용하고 있는 셈이다. 타율도. 284로 앞서 언급한 선수들이 모두 3할을 넘는다는 점에서 1번 타자 타율로만 비교해도 평균 이하임을 알 수 있다. 나이, 그리고 중견수라는 포지션을 고려할 때 9번 타자를 치는 것도 적합해 보인다. 오히려 스몰샘플이지만 제러드영(. 420)을 1번 타자로 기용하는 방식이 적합했을 2024 시즌 성적이었다.
2번 케이브
마이너리그 성적은 OPS 1.1로 더 이상 트리플 A에서는 증명할 것이 없는 선수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성적 역시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123경기 출전하여 2할 5푼을 기록했고 리그 평균이 2할 5푼이기 때문에 평균적인 타력을 가진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높은 고도 때문에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필드에서 홈런이 7개인 점은 중장거리 타자로 보이지만 마이너에서는 59경기 16개 홈런을 기록한 것을 보면 KBO에서는 장타력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비적인 부분을 보겠다. 중앙펜스가 126M 일정도로 잠실야구장 보다 넓은 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 수비율도 훌륭하다.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외야 전포지션을 뛰며 790이닝을 외야수로 뛰었는데 에러는 단 1개였다. 연습경기를 통해 김재환 2번 - 케이브 4번 라인업을 시도하는데 타순 변화의 성공은 김재환의 삼진 개수(168개-전체 1위) 감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번 양의지
포수로써 체력 안배를 고려하면 5번으로 내려가는 게 맞지만 팀 사정이 녹록지 않다. 2023 시즌 97경기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쓴 반면 2024 시즌은 76 경기만 포수로 출장했다. 2021 시즌 NC에서 머리 쪽 사구 후유증으로 지명타자로 뛰었던 해를 제외하고 가장 적은 경기 포수 출장이다. 점점 잔부상이 많아지며 포수 수비 이닝도 줄어드는데 반해 폭투, 포일 개수도 증가(0.409->0.610)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점차 반응 속도가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도루저지율 역시 1위였던 2023 시즌(47.3%)에 비해 2024 시즌(18.9%)으로 송구능력 역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내후년부터는 고정 지명타자 자리로 포지션을 옮기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타격 지표를 보면 타율이 올랐고 (23년. 305->24년. 314) 적은 경기를 나왔음에도 23 시즌과 홈런 수가 같으며(17개) 타점도 26타점이나 늘었으니 클래식한 타격 지표 부분에서는 좋아진 시즌이다. 하지만 세이버 적으로는 외야 뜬공 비율이 상당히 감소했다. 57%에서 49%로 감소했는데 그만큼 땅볼 비율이 6% 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력이 느린 양의지는 공을 띄우는 뜬공 비율을 잘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볼넷을 얻어낸 개수가 2021 시즌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2024 시즌의 경우 삼진 개수가 동일한 상황에서 볼넷이 17개나 줄어들었다. 점점 공을 골라내는 능력도 떨어지는 것이 세부지표로도 보이고 있으며 양의지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체감한 시즌이었다.
4번 김재환
강정호 스쿨의 힘을 느낀 시즌이었다. 에이징 커브의 시기에서 타율과 홈런, 장타율 모두 반등을 이뤄냈다. 하지만 장타자의 숙명일까. 23 시즌 대비 24 시즌 홈런이 19개 증가했고 장타율이 2할이나 증가했음에도 볼넷이 9개 줄고 삼진 개수는 68개나 늘어 23 시즌과 출루율이 비슷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김재환의 2번 타자 기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김재환의 경우 클래식 스탯만큼 트랙맨 스탯도 눈에 띈다. 밀어쳐서 장타가 나오느냐를 보면 컨디션을 알 수 있는 타자인데 밀어친 홈런이 1개였던 2023 시즌과 달리 2024 시즌 8개의 밀어친 홈런이 나왔고 2개의 센터펜스를 넘기는 홈런이 나왔다. 즉 당겨서 친 홈런이 많았던 여타 시즌과 스윙 메커니즘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뜬공 비율 역시 23 시즌 대비 8%나 증가했다. 공을 띄우면 언제든지 넘길 수 있는 타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5번 양석환
신기한 스탯을 보이는 선수다. 홈런은 23 시즌 21개에서 34개로 13개나 증가했고 타점도 18점이나 늘어서 107타점을 기록했다. 클래식 스탯으로만 보면 더할 나위가 없는 시즌이다. 잠실을 쓰는 우타자 중 단일 시즌 34 홈런은 가장 많은 홈런 기록이다. 하지만 WAR은 2023 시즌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홈런이 13개 부족하고 타점이 18점 줄어도 그 선수가 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해마다 늘고 있는 잔루율 역시 큰 문제이다. 혼자서 269명의 잔루를 남겼고 희생타 숫자 또한 감소했기 때문에 득점권 찬스에서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부분은 타 팀 투수들이 본인에게 어떤 공을 많이 던지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슬라이더/포크볼은 50% 이상 스윙, 커브/체인지업은 46%, 48% 스윙한다. 투수들은 직구를 잘 주지 않는데 떨어지는 공들에 대부분 스윙한다고 볼 수 있다. 좋은 공을 골라서 치는 것 역시 타자의 중요한 능력인데 홍창기는 30%를 넘지 않는다. 교타자와 장타자를 단순 비교 할 수는 없어도 팀에 더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존에 들어오는 공을 때려야 한다. 김재환과 마찬가지로 130개 정도의 삼진이 디폴트인 선수이기 때문에 6번 이하의 타순 배치가 적합해 보인다.
6번 강승호
시즌 초반 강승호는 대단했다. 5월까지. 339/홈런 10개로 MVP를 수상한 김도영만큼 좋은 페이스를 보였지만 여름 들어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유는 수비 이닝으로 보인다. 144경기 중 140경기를 출장했고 2루수로 1000이닝, 1루수로 143이닝을 소화했다. 경기가 기울어진 상황에서도 휴식은 없었고 이로 인해 타격 사이클까지 무너졌다고 보인다. 25 시즌은 3루수로 포지션 변경이 예정되어 있는데 3루수가 2루수보다 수비 시 체력 소모가 적다고 해도 백업 선수와의 수비이닝 양분은 필수적이라고 보인다. 주전 3루수의 FA 이적으로 주전 3루수를 찾는 것만큼 오명진, 이유찬 등 어느 선수가 수비 백업을 할 것인지 찾는 것도 중요해졌다.
7번 좌익수
좌익수 자리는 미정이다. 롯데에서 트레이드되어 온 추재현과 김민석 그리고 김인태, 조수행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습경기에서는 김민석의 활약이 돋보였다. 친정팀을 상대로 3안타를 치면서 자신이 왜 데뷔시즌 100안타 이상을 친 컨택 능력이 뛰어난 타자인지 보여주었다. KBO 최고의 직구인 안우진 상대 천적일정도로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좋은데 이는 스윙 스피드가 좋다는 이야기고 두산에서 찾던 1번 타자 유형에 적합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추재현의 경우 장타력과 강한 어깨를 보여주었다. 선구안이 뛰어난 만큼 삼진이 많은 두산 타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조수행의 경우 23 시즌 대비 123타석에 더 들어섰지만 안타는 19개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64 도루를 기록했지만 WAR은 1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전보다 대주자로서 주루플레이에 집중한다면 두산을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번 박준영
유격수로 박준영을 생각하고 있는 이승엽 감독이다. 두산 유격수 WAR 중 유일한 양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2할 2푼의 낮은 타율, 유리몸이라 풀타임 시즌이 1 시즌밖에 없다는 점, 허리 부상으로 스프링캠프 합류가 늦었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이유찬, 오명진 등 다른 유격수 자원들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일단 186타석에서 58 삼진이다. 31%의 삼진율을 기록할 정도로 삼진이 많은데 대부분 루킹삼진이다. 투수와의 수싸움에서 밀리는 느낌이고 본인도 2 스트라이크 이후 자신감이 없어 소극적인 모습이다. 김재환, 양석환은 스윙삼진이 많은데 이와는 조금 다른 유형이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타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햄스트링 이슈로 벌크업 했던 체중의 감량을 선택했다는 점은 유격수에 적합한 몸을 찾아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9번 2루수
2루수 역시 미정이다. 이유찬이 조금 더 경쟁에서 앞서있고 오명진도 1군 엔트리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2군에서 재정비를 한다면 박준순, 여동건 등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다.